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이른바 필수의료 분야에서 수련하던 전공의 1000여명이 14일 “중증·핵심의료에 헌신하는 모든 의료진의 의지가 ‘낙수 효과’라는 이름으로 왜곡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정부에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152개 의국에 속한 중증·핵심의료 사직 전공의 1098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여전히,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면 (필수의료 공백 문제가) 해결된다는 오해가 존재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붕괴 위기에 놓인 지역 및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렸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에 의사 인력이 자연스럽게 흘러넘쳐 인력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진료과를 의사 수가 늘면 떠밀리듯 전공하는 ‘낙수 효과’ 취급한다”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이들은 "이 길은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이 아니라, ‘굳센 사명감과 각오’가 있어야만 걸을 수 있는 길”이라며 “의정갈등 이후 수련을 포기하는 후배들을 보며, ‘기피과’, ‘낙수과’라는 낙인이 마음 속 깊은 상처로 남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선배와 동료들이 무거운 법적 책임에 짓눌리는 모습을 본다. 저 역시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진료로 물러서는 제 자신을 마주한다”고 적었다.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와 더불어 수련을 연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군 입대 전공의들의 정원 보장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년간의 수련을 마치고도 국방의 의무를 다한 뒤 수련 재개조차 불투명한 동료들이,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호소했다. 더는 의료진 개개인의 사명감에만 기대어 버틸 수 없으며, 중증·핵심의료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국민을 향해서는 “지난 시간 느끼신 불안과 불편함에 저희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 앞으로 더 심도 있게 배우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국민 여러분의 인내와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복귀 방안을 마련함에 따라 수련병원들은 이번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의정갈등으로 사직했던 전공의 중 상당수가 수련병원에 복귀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지역 및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의 복귀율은 높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셈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비인기 진료과에서는 이번 하반기 모집 때 수련병원으로 돌아오는 전공의들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다른 과로 전공을 바꾸거나 일반의로서 미용시술을 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 이제 정부와 국회가 나설 골든타임
- 중증·핵심의료 사직 전공의 1098인 일동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료계와 보건 당국 관계자 여러분.
저희는 국민의 생명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중증·핵심의료를 수련하던 전공의들이자, 이른바 ‘기피과’, ‘낙수과’에 속한 젊은 의사들 입니다. 2024년,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갈등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현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책, 이어진 행정 명령과 법적 조치들은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흔들었습니다. 그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며, 중증·핵심의료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면 해결된다는 오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길은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이 아니라, ‘굳센 사명감과 각오’가 있어야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중증·핵심의료에 헌신하는 모든 의료진의 의지가 ‘낙수 효과’라는 이름으로 왜곡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 길이 맞을까? 지금 이 순간도 고민합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선배와 동료들이 무거운 법적 책임에 짓눌리는 모습을 봅니다. 저 역시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진료로 물러서는 제 자신을 마주합니다. 의정 갈등 이후 수련을 포기하는 후배들을 보며, ‘기피과’, ‘낙수과’라는 낙인이 마음 속 깊은 상처로 남습니다.
저희는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수련 환경의 개선을 바라는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열정을 품은 후배들이, 그 불씨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수년간의 수련을 마치고도 국방의 의무를 다한 뒤 수련 재개조차 불투명한 동료들이,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 주십시오. 중증·핵심의료 현장을 떠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이제는 반드시 붙잡아야 할 때입니다.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정부와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현장의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더는 의료진 개개인의 사명감에만 기대어 버틸 수 없습니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안전한 진료 환경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다음 세대에게도 최선의 의료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의정갈등을 조속히 봉합하고, 중증·핵심의료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그럼에도 오늘은,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시간 느끼신 불안과 불편함, 저희도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심도 있게 배우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국민 여러분의 인내와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이 길, 끝까지 걸어가겠습니다. 대한민국 의료의 내일을 책임질 젊은 의사들의 외침에, 부디 응답해 주십시오.
[서명 참여 의국 명단]
가천대길병원 응급의학과 의국(6인),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외과 의국(18인), 가톨릭대성빈센트병원 응급의학과 의국(13인), 가톨릭대은평성모병원 내과 의국(8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5인),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의국(3인),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의국(4인), 강동성심병원 신경외과 의국(3인),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의국(8인), 강원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1인), 강원대병원 외과 의국(1인),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의국(5인), 강원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3인), 건국대병원 신경과 의국(5인), 건국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5인), 건양대병원 신경외과 의국(4인), 건양대병원 외과 의국(5인),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3인), 건양대병원 신경과 의국(1인), 건양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5인), 경북대병원 신경과 의국(4인), 경상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5인), 경찰병원 내과 의국(5인), 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8인), 계명대동산병원 신경외과 의국(4인), 계명대동산병원 내과 의국(17인), 계명대동산병원 신경과 의국(6인), 고려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의국(7인), 고려대구로병원 신경외과 의국(6인),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1인),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의국(15인), 고려대안산병원 응급의학과 의국(8인), 고려대안산병원 산부인과 의국(8인), 고려대안산병원 신경외과 의국(3인),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의국(4인), 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의국(3인),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의국(7인),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의국(7인), 고신대복음병원 신경외과 의국(4인), 고신대복음병원 외과 의국(1인), 고신대복음병원 내과 의국(6인), 광주보훈병원 내과 의국(2인), 노원을지대병원 신경외과 의국(3인), 노원을지대병원 산부인과 의국(4인), 단국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7인), 단국대병원 신경과 의국(3인), 단국대병원 신경외과 의국(7인),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6인), 대전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8인),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의국(1인), 대전을지대병원 외과 의국(3인), 대전을지대병원 내과 의국(13인), 동국대일산불교병원 응급의학과 의국(4인), 동국대일산불교병원 신경외과 의국(2인), 동아대병원 산부인과 의국(1인), 동아대병원 내과 의국(9인), 동아대병원 내과 의국(1인), 부산광역시의료원 내과 의국(5인), 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3인), 부산대병원 신경외과 의국(9인), 부산대병원 외과 의국(1인), 부산대병원 내과 의국(21인), 부천세종병원 내과 의국(12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의국(5인),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2인), 분당제생병원 내과 의국(4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13인), 삼성서울병원 외과 의국(12인), 삼성창원병원 산부인과 의국(3인), 삼성창원병원 응급의학과 의국(4인), 삼성창원병원 내과 의국(11인), 서울대병원 신경과 의국(8인), 서울대병원 내과 의국(38인),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의국(11인), 서울아산병원 내과 의국(19인),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20인), 서울특별시서울의료원 신경과 의국(3인), 서울특별시서울의료원 내과 의국(13인), 서울특별시서울의료원 산부인과 의국(1인), 순천향대부천병원 산부인과 의국(4인), 순천향대부천병원 신경외과 의국(4인), 순천향대부천병원 내과 의국(18인),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2인),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의국(3인),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1인),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학과 의국(12인), 순천향대천안병원 내과 의국(7인),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의국(8인),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3인), 양산부산대병원 내과 의국(15인),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2인), 양산부산대병원 신경과 의국(6인), 양산부산대병원 산부인과 의국(2인),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5인),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의국(8인),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의국(21인),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의국(9인),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과 의국(9인), 영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7인), 예수병원 내과 의국(8인), 울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2인), 울산대병원 신경과 의국(7인), 울산대병원 신경외과 의국(2인), 울산대병원 내과 의국(22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의국(5인),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의국(15인),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의국(1인),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의국(3인),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의국(4인), 인제대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2인), 인제대부산백병원 내과 의국(18인), 인제대상계백병원 응급의학과 의국(9인), 인제대상계백병원 신경외과 의국(2인), 인제대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의국(6인), 인제대일산백병원 산부인과 의국(5인),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응급의학과 의국(3인),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신경과 의국(4인), 인제대해운대백병원 내과 의국(8인),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의국(6인),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9인),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4인), 전남대병원 신경외과 의국(6인), 전남대병원 외과 의국(10인), 전남대병원 내과 의국(46인), 전남대병원 내과 의국(23인),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2인), 전북대병원 신경과 의국(8인), 전북대병원 응급의학과 의국(4인), 전북대병원 내과 의국(22인), 전북대병원 산부인과 의국(2인), 조선대병원 내과 의국(10인), 중앙대병원 내과 의국(19인), 차의과학대학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의국(11인), 차의과학대학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의국(1인), 충남대병원 외과 의국(10인), 충남대병원 산부인과 의국(7인), 충남대병원 내과 의국(26인), 충남대병원 신경외과 의국(5인), 충남대병원 신경과 의국(8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의국(10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의국(4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내과 의국(10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의국(3인),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의국(5인),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1인),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의국(5인),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의국(4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1인),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의국(4인), 한양대구리병원 내과 의국(10인), 한양대구리병원 외과 의국(2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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