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7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뉴욕 3대 주가지수의 상승세에 모두 제동이 걸렸다. 충격적인 PPI 결과에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도 하루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14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01포인트(0.02%) 하락한 4만 4911.26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96포인트(0.03%) 상승한 6468.54, 나스닥종합지수는 2.47포인트(0.01%) 내린 2만1710.67에 장을 마쳤다.
엔비디아가 0.24% 오른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0.37%), 아마존(2.86%), 메타(0.26%), 브로드컴(0.69%),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0.49%), 넷플릭스(2.17%) 등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 상당수는 저가 매수세 유입 덕분에 강세를 나타냈다. 테슬라(-1.12%), 애플(-0.24%) 등은 약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인텔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분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7.38% 솟구쳤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안도하며 지난 12~13일 연이틀 동반 상승하던 뉴욕 3대 증시는 이날 7월 PPI가 전달보다 0.9% 급등했다는 소식에 장 초반부터 약세로 출발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PPI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달보다 0.9% 급등해 2022년 6월(0.9%)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이는 시장 전망치(0.2%)를 크게 웃도는 폭이기도 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0.9% 올라 시장 전망치(0.2%)를 한참 상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는 전품목 PPI가 3.3%, 근원 PPI는 3.7% 올랐다. PPI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월가에서는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표로 평가한다. 다만 이번 PPI 급등에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5.8%)와 항공료(1.0%) 등의 상승분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이 받는 충격이 급속히 확대되지는 않았다.
충격적인 PPI 결과에 9월 미국 연준의 ‘빅컷’ 기대는 하루 만에 다시 ‘0%’로 돌아왔다. 금융 시장은 이번 PPI 상승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금리 인하 기대를 상당 부분 거둬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지난 13일 장 마감 무렵 94.3%에서 이날 92.6%로 낮춰 잡았다. 전날에는 0%였던 금리 동결 확률은 7.4%로 올라갔고, 전날 5.7%로 처음 등장했던 빅컷 확률은 0%로 내려갔다.
금융 시장은 아울러 미국 알래스카 시간으로 15일 오전 11시 30분(한국 시간 16일 오전 4시 30분)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도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미러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을 반영하며 전장보다 1.31달러(2.09%) 오른 배럴당 63.9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라디오와 인터뷰를 갖고 “미러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제재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며 “이번 회담이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두 번째 회담을 마련할 것이고 성공적이지 않을 가능성은 25%”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물론”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제재와 인센티브가 모두 매우 강력한 대러 협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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