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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농업으로 남북 평화 초석 놓자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北에 농사기술 전수·기반 시설 구축

DMZ에 자유경제지역 조성도 추진

농업이 시발점, 교류협력 싹 틔워야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처를 찾아내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금융 전문가로 일하다가 38세에 은퇴한 뒤 오토바이로 세계여행을 하며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했다. 로저스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관심을 가져왔다. 통일 한국은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라면서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맞춰 필자도 국회의원 시절 두 차례에 걸쳐 ‘남북 통일 방안’에 대해 국회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그가 전망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부정적이다. 로저스는 지난해 출간한 ‘2030년, 돈의 세계지도’에서 한국이 미국, 유럽연합(EU)과 함께 ‘10년 안에 저무는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타개하고 대한민국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과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그 시작을 어디에서부터 할 수 있는지다.

농업이야말로 남북 교류 협력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농업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현실이자 생명 산업이고, 이념이나 정권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교류·협력할 수 있는 분야이며 생명 가치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먼저 북한에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식량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남북 교류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고기를 요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실용적인 ‘먹고사는 문제’로 접근한다면 남과 북이 공감대를 이루면서 지속 가능하게 교류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의 합의를 통해 북한의 특정 지역에 시범적으로 우리의 농업기술을 전수해 농사를 지어보는 것이다. 농지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농사에 필요한 물 생산, 그리고 물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면서 농사짓는 방법(생산·관리·가공·유통·홍보)을 전수할 수 있다.

북한은 추운 날씨와 지형의 특성상 농업 생산성에 한계가 있다. 농지 기반 조성이 돼 있지 않은 데다 농사가 기계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북한에 최적화된 농업기술이 필요하다. 농업 분야의 남북 협력은 두 가지 효과를 가진다. 북한 주민에게 농사 기술을 알려주고 우리 농기계로 농사를 짓게 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남쪽에 마음의 문을 열게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도 높일 수 있다. 북한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외부 식량 지원 필요국’에 19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만성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농업 분야의 남북 협력을 통해 북한은 배고픔에서 벗어나고 한반도에는 평화의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남북의 완충지역인 비무장지대(DMZ) 지역에서 남북 공동으로 친환경·고품질 농축수산물을 생산하고 경제인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국제무역 자유경제지역을 조성·발전시켜간다면 남북의 평화는 그림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믿는다. 홍콩이나 두바이처럼 국제무역과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글로벌 거점으로 조성한다면 경제성장은 물론이고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남과 북이 분단된 지 80년을 맞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함께 대한민국이 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농업을 통해 현실성 있고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 평화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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