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이 대단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국론이 분열된 나라가 빠르게 안정을 찾은 모습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취임 2주 만인 지난달 15~17일(현지 시간)에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찬사를 보냈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국정은 빠르게 안정됐다. “한 달이 1년같이 느껴질 정도”라는 대통령 참모진의 호소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3일 취임 30일을 맞아 ‘속도·현장·소통·실용·파격’으로 요약되는 이 대통령 리더십을 짚어봤다.
■속도-비상경제점검TF 구성·추경 편성=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취임과 동시에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TF 회의는 당일 저녁 바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지시됐고 15일 만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등 주요 인선도 발표됐다. 한 달 동안 위원회를 제외한 19개 정부 부처 가운데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똑같이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내각 지명이 완료되는 데만 2개월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속도전이다.
■현장-한국거래소·울산 데이터센터=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 뜻밖에 전통시장을 방문하거나 시정 연설 뒤 예고에 없는 일정으로 골목 음식점에 가서 상인들과 만남을 가졌다. 특히 국내 증시 활성화를 강조하기 위해 취임 일주일 만의 첫 외부 행사로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했다. 20일에는 첫 산업 현장 방문으로 울산 SK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대선 공약 1호인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첫 시동이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까지 포괄하는 부산·경남(PK) 표심 얻기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소통-호남 타운홀 미팅·야당 회동·재계 간담회=이 대통령의 초반 행보는 윤석열 정부의 불통과 확연히 대비된다. 광주·전남 현안으로 18년 동안 해법을 못 찾았던 군공항 이전 문제를 타운홀 미팅 형태를 빌려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직접 토론한 뒤 55분 만에 대통령실에 TF를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야당과의 소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취임 당일 여야 지도부와 오찬을 가졌고 18일 후에 관저 오찬도 있었다.
기업인 회동도 남달랐다. 취임 초 상견례에 그쳤던 역대 정권과 달리 이 대통령은 5대 그룹 총수,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도시락을 먹으며 140분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능력 있는) 인사를 (내각 발탁을 위해) 추천해달라”고도 했다.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자”며 재계의 의견을 구하는 데 소홀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용·파격-G7·미일중 정상 통화·국무회의=취임 선서에 밝힌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라는 색깔도 뚜렷했다. 명분과 가치에만 방점을 찍은 전임 정부와 달리 경제는 회복과 성장, 외교는 국익 관철이라는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내각에 시장과 기술 트렌드에 정통한 기업인 출신을 파격적으로 발탁하는 한편 능력을 갖춘 전임 정부 장관을 유임한 인사는 실용을 표방한 이 정부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념이나 진영과 관계없이 유능한 인사를 적재적소에 써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취임 다음 날 열린 국무회의도 실용과 파격의 연속이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국무위원들과 함께한 첫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일하는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했다.
G7 참석을 두고는 일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행동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불참을 건의했지만 국익 우선을 내세워 참석했다. 해외 정상들과는 미일중 순서로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한미일 협력을 주축으로 중국과는 척을 지지 않는 실용주의 외교 기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