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이 규모 면에서 크게 성장했으나 생산성과 효율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에 힘입어 한때 빠르게 성장했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마저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서비스업을 제조업처럼 전략산업화 하고 관련 제도 정비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은이 3일 발표한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평가 및 정책 대응방향’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민간 서비스업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4%, 전체 취업자의 65%를 차지했다. 산업 구조는 정보통신,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와 기업 간 거래(B2B)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 1인당 노동생산성은 지난 20여 년간 제조업 대비 40% 수준에 머무르고 주요국 대비 절대적 수준과 개선 속도 모두 낮은 상황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도 2020~2021년 비대면 수요 증가로 생산성이 일시 급등했으나 2022년부터 다시 하락해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약 10% 낮다. 이는 미국 정보통신과 전문서비스 업종이 고용과 생산성을 동시에 견인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서비스업을 오랫동안 제조업의 보완적 역할로 인식해 민간 자본투자가 제한되고 노동집약적 구조에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서비스업의 생산성 개선이 더디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조차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평가했다.
2020년 서비스업 산출의 32%가 제조업 수출과 연계돼 제조업 지원에 치중됐으며 투자율은 2000년 26%에서 2022년 18%로 감소했다. 서비스업 시가총액은 제조업의 절반 수준이다. 고부가 서비스 기업 매출의 98%가 내수에 집중되고 해외 진출 기업은 2.2%에 불과하다.
한은은 “과거 제조업 보조 역할에 머물던 서비스업이 팬데믹 이후 글로벌 교역재로 부상했다”며 “특히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은 제조업 강점을 기반으로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처럼 서비스만이 아니라 제조업과 결합해 락인 효과를 누리는 등 높은 부가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때 한은은 현재 입법이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해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규제 완화와 디지털 인프라 조성을 포함한 기반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방향도 제시됐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강점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산업서비스로 전환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영세 자영업 축소보다 ‘임금 일자리’로의 전환 유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계형·비자발적 자영업자들이 중견기업 이상의 정규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본 접근성을 높이고, 법인화·프랜차이즈화 등 사업의 규모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창업·폐업 등 산업 내 순환을 가능하게 할 맞춤형 금융 및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