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도쿄역 마루노우치 북쪽 출구 앞. 바쁘게 움직이는 회사원들 사이로 구두닦이의 박스에 1100엔이라는 글과 함께 로고가 눈에 띄었다. 이는 일본의 QR결제 1위 사업자인 페이페이의 로고로, 구두 닦는 비용을 QR결제로 지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간편결제가 보편화된 한국에서도 노점의 경우 현금이나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일이 많은데 ‘현금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조차 길거리 구두닦이가 QR결제로 돈을 받는 모습이다.
일본은 2014년만 해도 현금 결제 비중이 83.1%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현금 중심 사회였다. 그랬던 일본이 정부가 주도하는 ‘캐시리스(Cashless·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정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14년 16.9%에 불과했던 캐시리스 비중은 지난해 42.8%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95%가 넘는 한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2025년까지 40%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목표를 1년 앞당겨 달성했다. 일본 정부는 경제구조 개선과 관광 산업 강화와 행정 효율화 차원에서 캐시리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도쿄 현지의 풍경도 수년 새 크게 바뀐 모습이었다. ‘자판기의 나라’라는 이름에 맞게 공항과 지하철 곳곳에 놓인 음료 자판기에도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소형 디스플레이가 부착돼 스이카·파스모 등 IC 기반 교통카드나 신용카드·QR결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결제를 할 수 있었다.
식당이나 쇼핑몰 계산대에서도 대부분 신용카드나 휴대폰을 내미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오다 신노스케(22) 씨는 4일 “편의점이나 자판기 이용 시에는 페이페이를, 슈퍼마켓에서는 현금을 주로 쓴다”며 “아버지의 경우 거의 모든 결제를 페이페이로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페이페이 가맹점은 약 320만 개에 달한다.
물론 아직 간편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식당도 있었다. 도쿄 다마치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페이페이의 제휴사인 네이버페이의 QR결제 화면을 보여줬으나 점원은 자국 간편결제사가 아닌 탓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주요 백화점이나 면세점·돈키호테와 같은 유명 쇼핑몰에서는 큰 불편함 없이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를 통해 결제가 가능했다. 네이버페이에 따르면 해외 QR결제 중 올 2분기 일본 내 결제액은 지난해 4분기 대비 57.3%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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