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본격적인 조각 밑그림을 완성한 가운데, 국회가 다음 주 본격적인 인사청문 정국에 돌입한다. 의석 수 열세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완패한 국민의힘은 철저한 도덕성 검증으로 1명 이상을 낙마시키겠다며 벼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초 안정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정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국무위원 전원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8일 국회에 따르면 7일 현재 이재명 대통령은 총 19개 부처 중 17개 장관 후보 지명을 마쳤다. 이중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제외한 16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국회에서 속속 정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인사청문회는 14일 시작된다. 이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실시된다. 15일에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검증이 이뤄진다. 16일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시험대에 오른다. 17일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린다.
아직 인사청문회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국무위원은 총 5명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정부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모두 국회로 넘어온 만큼 조만간 각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 일정이 결정될 예정이다.
수적 열세 속에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여론을 반등하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표결에서 민주당을 이기기 어려운 만큼 ‘송곳 검증’을 통해 국민 여론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최소 1명 이상의 후보자를 낙마시켜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야당이 도덕성 검증에 착수하면서 여야의 대결 국면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최우선 목표는 이진숙 후보자, 정은경 후보자, 권오을 후보자, 조현 후보자 등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후보자들이다. 이중 이진숙 후보자의 경우 논문 쪼개기,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 도덕성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은경 후보자의 경우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던 시기에 배우자가 코로나 관련주에 집중 투자해 거액의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이 부담이다. 권오을 후보자는 전국의 서로 다른 업체에서 같은 시기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세에 몰렸다. 조현 후보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도로를 뉴타운 지정 직전 매입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상대적으로 인사 검증 통과가 수월하다는 인식을 받는 현역 국회의원들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5선의 정동영 후보자는 배우자와 자녀가 태양광 관련 회사의 임직원으로 있는 상황에서 관련 지원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점이 의심을 사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집중 공격할 생각이다. 여가부 장관으로 지명된 강선우 후보자는 쌍방울그룹에서 ‘쪼개기 후원’을 받고 반환하지 않은 게 부적절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과·의혹 투성이 장관 후보자들의 능력과 도덕성을 현미경 식으로 낱낱이 검증해 이재명 정권의 오만한 일방통행 정치를 막아 세우겠다”고 천명했다.
각 후보자들은 각종 의혹에 대해 ‘청문회 답변 과정에서 해명하겠다’며 사전 검증 분위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최대한 방어하려는 자세다. 사전 답변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논란을 촉발할 수 있는데다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점한 인사청문회장에서 조력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당력을 모으고 있는 민주당은 1명의 낙오자도 허락지 않겠다는 자세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6일 기자들과 만나 “한 명의 낙마도 없이 빨리 내각을 구성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부가 제대로 일하려면 내각의 조속한 완성이 필요하다”며 화력 지원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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