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검색으로 구글을 위협 중인 퍼플렉시티가 AI 기반 웹브라우저를 선보였다. 앞서 오픈AI가 AI 검색 도입에 이어 웹브라우저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와중 퍼플렉시티가 선수를 친 것이다. 검색·웹브라우저 연계로 인터넷 세상을 장악한 구글의 패권이 AI에 태생을 둔 스타트업에 위협받는 구도다.
9일(현지 시간) 퍼플렉시티는 AI 웹브라우저 ‘코멧(Comet)’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코멧에는 퍼플렉시티 AI 에이전트 ‘코멧 어시스턴트’가 내장돼 웹페이지 탐색과 이메일·캘린더 작성 등을 돕는다. 또 구글 대신 퍼플렉시티 AI가 기본 검색 서비스로 설정돼 있다. 브라우저를 실행하면 자주 방문하는 페이지들을 정렬해 보여주는 한편 화면 중앙에 퍼플렉시티AI 검색창이 위치해 편리한 사용을 돕는다.
퍼플렉시티는 코멧을 월 200달러 구독 요금제 가입자와 일부 대기자에게 우선 제공한 후 일반 공개할 계획이다. 퍼플렉시티는 “우리는 인터넷이 원래 하고 싶어 했던 사람의 지능을 증폭시키는 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코멧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퍼플렉시티는 AI 기반 검색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킨 스타트업이다. 2022년 8월 창업해 업력이 채 3년이 되지 않았으나 현 기업가치는 140억 달러에 이른다. AI 검색으로 구글 검색을 위협한 퍼플렉시티가 웹브라우저로 구글 ‘크롬’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웹브라우저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오픈AI도 수 주 내 AI 브라우저 출시를 준비 중이다. 오픈AI는 지난해 구글 크롬 초기 개발을 맡았던 핵심 인원 2명을 영입한 바 있다. 오픈AI가 개발중인 웹브라우저는 일부 사용자 상호작용을 웹사이트 연결 대신 챗GPT 내부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전해졌다. 웹사이트를 클릭하거나 타이핑해 이동할 필요 없이 챗GPT와 대화하듯 웹브라우징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 AI 에이전트인 ‘오퍼레이터’가 핵심 기능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오픈AI와 퍼플렉시티 등 AI 스타트업은 인터넷의 ‘관문’이자 실제 활동이 이뤄지는 웹브라우저를 통해 확보할 막대한 데이터에 주목한다. 지난 4월에는 구글 온라인 검색 시장 반독점 소송 증인으로 참석한 오픈AI 임원이 반독점 규제로 크롬이 매각된다면 인수에 관심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존 브라우저를 통해 AI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AI 제공사가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는 ‘AI와의 대화’ 뿐이다.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는 사용자의 모든 인터넷 사용 행태를 추적할 수 있다. 이 정보는 서비스 개선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최적화 광고 등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이는 미국 반독점 규제 기관이 구글 크롬 강제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인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이 그 자체로는 이렇다할 수익성이 없는 웹브라우저 사업을 지속 중인 배경이다. 실제 구글 총 매출 4분의 3은 크롬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 6월 PC·모바일 통합 글로벌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구글 크롬 68.35%, 애플 사파리 16.25%, 마이크로소프트(MS) 엣지 4.96% 등이다.
크롬 강제 매각 위협과 AI 검색 공세에 시달리는 중인 구글에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챗GPT 출시 직전인 2022년 10월 92.34%던 구글 검색 점유율은 이후 서서히 하락해 올 6월 89.54%를 기록 중이다. 웹 검색엔진 대신 AI 검색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감안할 시 실제 구글의 영향력 감소는 더욱 크다. 올 6월 기준 글로벌 AI 챗봇 시장 점유율은 챗GPT 79.76%, 퍼플렉시티 11.09%, MS 코파일럿 4.85%였다. 구글 제미나이는 2.1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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