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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방공망 ‘장님’ 만들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대한항공 vs KAI[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이달 말’에 입찰 공고, 본격적인 사업 착수

1조 9206억원 투입, 사업기간은 2034년

체계통합·기체제작, 대한항공 vs KAI 싸움

장비개발, LIG넥스원 vs 한화시스템 경쟁

미 공군이 도입한 스탠드오프 전자전기 EA-37B ‘컴패스 콜’ 모습. 사진 제공=미 공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이 넘어가는 장기전이 되면서 드론이 핵심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론을 막기 위한 ‘전자전’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드론으로 정찰하고 드론으로 공격한다. 이 때문에 상대국이 은밀하게 보낸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양국 모두 혈안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는 한 달에 1만 대 가량의 드론을 잃는데 대부분 러시아의 전자전 공격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래 전쟁에선 전자기파를 지배하는 쪽이 이기게 될 것이라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실제 군사 강국들은 전자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자전은 무선통신과 레이더가 군사적으로 쓰이면서 탄생했다. 걸프전 이후 첨단 무기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센서와 GPS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전도 주류가 됐다. 전자전은 크게 세 가지다. 적의 전자파 사용을 무력화하는 전자공격(EA)과 적의 전파방해에 대응하는 전자방어(EP), 적의 전파정보를 입수하는 전자지원(ES) 등으로 나뉜다.

육·해·공군 모두가 전자전을 수행하는데 가장 많이 펼쳐지는 곳은 하늘이다. 아군의 전투기가 적의 레이더나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자전을 걸면 적은 전자전으로 맞서면서 싸움이 치열해지게 일반적 흐름이다. 이를 위해 전투기 자체에 전자전 시스템을 장착하거나 작전 편대를 보호할 수 있는 전문 전자전기가 동행한다. 전투기 장착 전자전 시스템으로 우리공군이 운용하는 ‘ALQ-165 ASPJ’, ‘ALQ-200K’ 전자전 포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자전 포드는 출력이 작아 한계가 많아 전투기 자체 방어용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군사 강국들은 전문 전자전기를 따로 보유해 운용한다. 전문 전자전기는 두 종류다. 우선 전투기를 기반으로 하는 ‘에스코트’(Escort) 전자전기, 다른 하나는 수송기나 비즈니스 제트기에 전자전 장비를 실은 ‘스탠드오프’(Stand-off) 전자전기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자전은 적의 통신이나 레이더를 방해하는 것에서 더 발전해 우주·사이버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며 전파는 직선으로 가기 때문에 전파 방해를 하든 남의 전파를 감청하든 높은 곳에서 수행하는 것이 가장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어 현대전에서 공군의 전자전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에스코트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 모습. 사진 제공=미 해군


2030년대 중반이면 한국 공군도 적의 레이더와 지휘통신망을 전자파로 교란하며 공중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적의 통합 방공체계와 무선지휘통제체계를 마비시키는 1조 9000억 원 규모의 전자전기 사업이 이달 말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군이 본격 추진하는 전자전기(블록-I) 개발 사업은 한국군의 전자전 능력을 ‘주한미군 의존’에서 ‘자립 수행’으로 옮기기 위한 첫걸음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전자전기 사업 입찰공고는 이달 말 나온다. 방사청은 입찰 공고 후 제안서 평가와 협상을 시작해 체계개발실행계획서를 작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체결은 올해 말 시작하며 선정된 업체와 즉시 사업 착수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30일 제16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을 열어 ‘전자전기(블록-Ⅰ) 체계개발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전자전기 사업은 평시 주변국의 위협신호를 수집해 분석하고 전시엔 전자공격(재밍)을 통해 적의 통합방공망과 무선지휘통신체계를 마비해 교란하는 항공기를 국내 개발하는 사업이다. 전자전기 개발 사업에는 1조 9206억 원이 투입된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34년까지다.



이른바 한국형 ‘그라울러’ 전자전기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전투기인 F/A-18을 기반으로 한 미국 해군의 근접지원 전자전기(Escort jammer) 그라울러가 아닌 국산 전자전기는 비지니스 여객기 기체를 활용한 원거리 전자전기(Stand-off jammer) 형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총 4대의 전자전기가 개발돼 공군에 인도된다. 우선 2대는 블록-Ⅰ로 기본형 모델로 제작하고 나머지 2대는 성능이 향상된 블록-Ⅱ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계통합과 항공기 기체 개조·제작 등에는 대한항공과 KAI가 수주 경쟁에 나서고 이들은 전자전 장비 개발사인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과 각각 손잡고 도전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LIG넥스원, KAI와 한화시스템이 손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르디어社의 최신 기종 비즈니스 제트기 ‘글로벌6500’(G6500)를 개조해 전자전기 기체로 사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22년 L3해리스와 항공통제기 분야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수임무기 경험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KAI 관계자도 “국내 유일의 항공기 플랫폼 개발업체로 항공기 체계종합 기술력이 가장 앞선다”며 맞불을 놓았다.

대형 수송기 C-130을 개조한 미 공군 전자전기 EC-130H가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미 공군


군은 전자전기 성능요구조건(ROC)의 전파방해 가능거리를 250㎞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전기 5~6대가 공격 편대로 배치될 경우 북한 평양의 방공망 등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는 성능이다. 동안은 공군은 전자전기가 없어 한미연합연습 때마다 미 해·공군에게 지원을 받아 왔지만 4대의 전자전기가 도입되면 자체 전자전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 적군의 통신·레이더 전파 정보를 수집하고 원거리에서 전자전으로 무력화하는 전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전자전기(블록-I) 사업은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한 원격지원재머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외국산 비즈니스 제트기에 국산 전자장비를 탑재, 체계통합을 하는 형태다. 물론 한국형 KF-21 전투기가 있지만 원격지원재머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전자전 외에 조기경보나 지휘통제, 정보전 등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다수의 전자전기를 운용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선 소수의 기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전력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임무에 투입하려면 많은 장비를 탑재하고 신속하게 이동하는 플랫폼이 필수기 때문에 고속으로 장거리를 비행하는 비즈니스 제트기가 전자전기로 선택된다. C-130 등의 터보프롭 수송기보다 비행고도가 훨씬 높고 항속거리도 길어서 공중 광역 전자전과 정보전이 가능하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미 공군도 신형 전자전기로 ‘EC-37B’를 선정했다. E는 전자전, C는 수송기를, A는 공격기를 각각 뜻한다. 걸프스트림 G550 비즈니스 제트기에 전술 전자전 기능을 탑재한 기체다. 작전거리는 기존 전자전기 EC-130H(3000㎞)보다 훨씬 늘어난 1만㎞에 달한다. 적 전자전에 대응하면서 공세적인 전자전을 통해 레이더 등을 무력화하는 차세대 전자전 기능까지 갖췄다.

C-130 수송기를 개조한 ‘EC-130H’는 2016년 중동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ISIS의 드론을 재머로 격추한 적 있다. EC-130H의 별명은 컴패스 콜(Compass Call)인데 EC-37B가 그대로 물려받았다.

스탠드오프 전자전기는 미국은 물론 러시아·중국·일본·프랑스 등 많은 군사강국이 선택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산 전투기인 KF-21에 전자전 포드와 대 레이더 유도미사일을 단 에스코트 전자전기 KF-21G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은 미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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