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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사용자 누군지 기준 없어…노란봉투법 시행시 대혼란"

◆李정부 고용노동 정책 특별좌담

교섭의무만 있고 대상자 불명확

손배소 제한, 경영 불안정 초래

노동쟁의 정의서 '결정' 빠지면

노사 질서 뒤흔드는 결과 우려도

서울경제신문이 지난달 9일 서울 경사노위 회의실에서 연 고용노동 정책 진단을 위한 특별 좌담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노란봉투법에는 ‘실질적 지배력’이 어떤 사용자에게 있는지 판단 기준이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을 진단하기 위해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주최한 특별 좌담에서 이르면 이달 국회에서 처리될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을 통해 열악한 하청 근로자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으나 교섭 대상 명확화, 권리 분쟁 쟁의 가능성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보완 없이는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좌담회에는 이원덕 노사공포럼 대표를 좌장으로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노란봉투법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하청 근로자가 원청과 교섭이 가능한지, 노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해야 하는지, 이익 분쟁만 가능하던 쟁의 대상에 권리 분쟁을 포함할 수 있을지다. 이 교수는 “원청이 사실상 (하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청 근로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면서도 “하청 교섭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영계 역시 노란봉투법이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청 노조가 원청과의 교섭이 막힐 경우 선택할 수 있는 파업의 횟수와 기간이 모두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상황의 ‘완충장치’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소송인데,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소송도 제한한다. 반면 노동계는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이 가능해지면 파업이 되레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박한다.



김 교수는 노란봉투법의 제정 의미가 있으나 ‘이대로는 실행하기 어려운 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문에서 원청의 교섭 의무 범위를 크게 넓혀놓고 정작 원청이 어떻게 교섭을 해야 하는지 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체교섭과 관련해 (노란봉투법 조문에 있는) ‘실질적 지배력’이 어떤 사용자에게 있는지 판단 기준이 없다”며 “이 단체교섭 의무가 정리되더라도 교섭 대표 노조를 어디로 정할지에 관한 교섭 창구 단일화 문제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김 상임위원도 “노란봉투법은 당위와 현실의 차이로 볼 수 있다”며 “당위론적으로는 (노란봉투법이) 가려는 방향이 맞다. 하지만 이 방향을 실현할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최근 수면 위로 오른 노란봉투법의 또 다른 쟁점은 노동쟁의에 대한 정의 변경이다. 현행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일 때 가능하다. 이 정의를 기반으로 노동쟁의는 임금 인상처럼 이익 분쟁만 가능하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기존 노동쟁의 정의에서 ‘결정’을 빼고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라고 정의를 바꾼다. 이 경우 체불임금, 해고자 복직 등 권리 분쟁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맡았던 권리 분쟁이 노동쟁의로 들어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법원은 다른 나라들처럼 노사 관계에서 벌어진 분쟁은 이익 분쟁이라는 원칙이 있다”며 “(노동쟁의 정의 변경은) 노동시장의 혼란과 노사 관계의 불안정을 넘어 기존 제도를 뒤집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경사노위와 같은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노란봉투법의 쟁점을 공론화하고 개선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란봉투법 이외 다른 정책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원·하청, 고용 형태,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를 해결하려는 정부 노력이 부족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없던 지역과 업종별 임금체계를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노란봉투법은 1996년 법 개정으로 만들어진 노사 관계의 틀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구조와 틀을 바꾸면 늘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동반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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