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향후 한일 외교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익 성향 정치인들의 부상,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이 한일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카운터파트가 바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시바 총리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면서 “한일 정상회담을 준비하더라도 새로운 총리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어떤 성향의 인물이 부상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 모두 이시바 총리만큼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주요 7개국(G7) 회의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셔틀외교 복원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등 한일 공조 강화에 전향적인 편이었다.
이 중 다카이치 의원의 경우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한일 관계에 먹구름이 예상된다. 다카이치 의원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매년 참배해왔으며 이시바 총리와 총리직을 놓고 겨뤘던 지난해에도 “총리가 되면 총리로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사도광산·군함도,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과거사에서 협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일본 내부에선 참의원 선거라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마무리된 만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미일 관세 협상은 한미 협상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일 관세 협상은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DC에서의 7차 협의 이후 정체된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 후 일본은 최대한 빠르게 관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리 역시 일본보다 늦어질 수는 없는 만큼 빠르게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교수도 “그동안 이시바 총리가 선거를 의식해 미국에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하기 어려웠지만, 선거 국면이 끝나면 미일 간 전격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일 모두 다음 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25% 부과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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