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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관학교 “글쎄”…본질은 사관vs비사관 ‘동등한 진급’ 인사[이현호의 밀리터리!톡]

美장성 출신, 사관vs ROTC 40대 60 수준

“육군 독점, 국방부가 아닌 육방부로 불려”

육사 출신 영관급 50%·장성 진출률 80%

사관학교 출신만 장기 보장도 시급히 개선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81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신임 소위들이 정모를 하늘 높이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군 교육기관 단계적 통합’을 공약했다. 이 공약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 자료를 통해 육·해·공군 합동성 강화를 위해 3군 사관학교 통합을 단계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공약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셈이다.

사관학교 통합 추진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추진했다. 그러나 육·해·공군 3사 총동문회의 강한 반발로 끝내 무산됐다. 당시에 사관학교 통합 시 육군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 탓에 육사 보다는 해사와 공사 출신들이 더 강하게 반대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통합사관학교, 일명 ‘국군사관학교’가 추진되는 배경에는 12·3 불법 계엄 사태를 모의하고 가담한 주요 인사들 다수가 육사 출신 현역 지휘관과 예비역 장군이었다는 점에서 ‘육사 기득권 해체’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군 개혁 차원을 넘어 육사 출신이 오랜 세월 구축해온 군 내 학연 기반 권력 구조를 해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군 교육기관 통합은 우선 육군사관학교와 육군3사관학교부터 통합하고 이후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까지 통합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육사는 1946년 창설 이후 대한민국 육군 장교 양성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하고 이다. 졸업생들은 국방부를 비롯해 전군 고위직 및 육군의 요직을 독식하며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실제 1961년 5·16 군사정변, 1979년 12·12 군사반란 사태,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등의 역사적 사건에서 육사 출신 장성과 예비역들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진=나무위키 캡처


단편적으로 군 안팎에서는 육사 출신 위주로 굴러간다며 국방부를 ‘육방부’로 부르는 것도 이 같은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군 소식통은 “불법적이라고 비판 받는 12·3 비상계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육사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기수문화와 순혈주의가 있다”며 “이 같은 구태를 희석하기 위한 차원으로 통합 사관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통합사관학교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관학교는 육·해·공 3군 사관학교를 단일 기관으로 통합해 장교 교육 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이다. 미래전 대비 합동성(육·해·공군의 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군 권력 구조의 상단을 독차지 하고 있는 육사의 독점적 영향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군 개혁 일환이다.

이는 창군 이래 국방부를 비롯해 전군 고위직 및 육군의 요직을 독식한 육사 출신 중심의 군 권력 구조를 타파하려는 것으로 타당한 조치다. 다만 육사 출신이 군 권력을 장악하게 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각군 내 사관학교 출신 장교와 일반대학 출신 장교(ROTC)의 장성 진출 비율은 40 대 60 수준으로 특정 학교 출신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도록 인사 관리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 육군의 경우는 장성 출신이 사관학교는 약 30~40%, ROTC는 약 40~50%, OCS(학사)·기타는 약 10~20% 수준으로 선발된다. 미국 합참의장 다수가 ROTC 출신이 차지할 정도로 미국은 사관학교 출신 보다 일반대학 출신 장교가 강세다.

지난 2024년 2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려이 진급 장성으로부터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그렇다고 미국처럼 일반대학 출신 장교로 군 권력 구조가 개편돼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다. 3군 사관학교가 대한민국 국방에 기여한 바가 아주 크다는 것은 무식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최근 군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볼 때 오랜 기간 3군 지휘부가 사관학교 출신의 특정 인맥으로 권력 구조를 형성했던 걸 이제는 타파하고 개혁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육군의 경우 육사 출신은 전체 소위 임관자 중에서 3.7%밖에 안 되지만 영관급이 되면 50%, 장성이 되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탓에 획일화된 군 서열의식으로 다양성 부족과 장교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일반 장교들의 불만으로 군의 단결과 통합이 저해되고 있는 지경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9년간(2015~2023년) 육·해공·해병대 장성 계급별 진급 현황’에 따르면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장성 진출률은 78.4%, 비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은 21.6%에 그쳤다. 사관학교 출신이 4배 가량 월등히 많은 장성 진급자를 배출하는 인사가 이뤄져 특정 인맥이 군 지휘부를 독점하는 구조가 만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통합사관학교를 만든다고 현재의 사관학교와 비사관학교 출신의 불합리한 인사 시스템이 개선될 여지는 전혀 없다. 육사 출신의 독점을 타파할 수는 있지 몰라도 국방부를 비롯해 3군 지휘부와 요직은 통합사관학교 출신의 독점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장 시절에 육사와 3사, 학군·학사간 통합을 제안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교 인력을 일반대학 출신 장교와 사관학교 출신 장교로 나누는 양대산맥 구조로 개편해 선의의 경쟁과 동등한 대우가 이뤄진다면 장성 진출률 개선 등을 통해 인사 분야의 구조적인 차별과 특정 인맥의 지휘부 독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사관학교·3사관학교·학군(ROTC)·학사 출신 장교 중 사관학교 출신들만 장기복무가 보장된다. 사관학교 출신이 승승장구하고 비사관학교 출신들은 장기복무를 못하거나 뒤처지게 되는 구조도 시급히 손 봐야할 본질 중 하나다.



통합사관학교 “글쎄”…본질은 사관vs비사관 ‘동등한 진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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