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거주하는 이형진(86)씨가 8년간 매일 새벽 재활용품을 수집해 모은 1000만 원을 기부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21일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1970년대 월남전 참전유공자인 이씨는 “여든살까지는 나 살기 위해 몸부림쳤는데 삶의 마지막은 작은 나눔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이씨는 매일 새벽 집을 나서 폐지와 캔을 수집해 고물상에 판매했다. 하루 2만보 넘게 걸어 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 매일 5000원~1만 원씩 차곡차곡 모았으며 그렇게 수집한 고물은 매년 6~7톤에 달했다.
이씨는 “번 돈을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니고 애들도 다 컸고, 이 돈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 재활용품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 대전 유성구 다가구주택 일가족 사망사건 등을 언급하며 “가장 어려운 한 가정을 집중적으로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금은 눈 수술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서도 임대주택 보증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대전 대덕구 내 한 부모 가정에 전달될 예정이다. 임대주택 보증금과 생계비, 아이 수술비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씨는 기부금과 함께 직접 쓴 손편지도 함께 전달했다. 편지에는 “희망은 곧 삶의 원동력입니다. 멈췄을 때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라며 “이 작은 나눔이 이름 모를 길 잃은 어린 소년의 가정에 희망의 새싹이 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웃 주민들도 한마음으로 이씨를 도왔다. 이씨가 자고 일어나면 집 문 앞에 이웃들이 가져다 둔 폐지가 쌓여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씨는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며 “많은 분이 한 가정, 한 아이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며 “국가에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갚아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번 기부로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리더 골드회원에 가입했다. 나눔리더는 연간 100만원 이상 기부 개인을 대상으로 하며, 1000만원 이상 기부 시 골드회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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