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외교·국방 당국자가 참여하는 정례 협의체인 '확장억제 대화(EDD)'에서 미군 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도상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군사 활동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양국이 확장억제 대화 일환으로 실시한 도상 연습에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위기가 발생해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양국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일본은 사태 추이에 따른 협력, 대국민 설명 등 핵무기 사용에 따른 과제를 검토했다고 교도가 복수의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양측 논의에서는 미국이 일본에 제공하는 정보 범위도 협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교도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군사 활동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미국의 핵우산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설하며 "일본 정부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면서도 미국의 핵 억지력 의존을 심화하는 실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교도는 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도상연습 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2010년 시작된 미일 확장억제 대화는 매년 1~2회 개최된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있었던 협의는 지난달 초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렸다.
앞서 양측은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전력으로 일본 방위에 관여한다는 '확장억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작성했다고 작년 12월 발표했다. 지침의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핵무기 사용에 관해 양국이 의사소통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15년 개정된 미일 방위 협력 지침에 의한 '동맹조정 메커니즘'(ACM) 틀을 이용해 미국의 핵 사용에 대해 일본 측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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