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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맞을래요"·"힐링 마사지 받을까"…엉뚱한 곳에 수요 몰리는 '소비쿠폰' 어쩌나

피부과 시술·마사지·기부·현금깡까지…소비쿠폰 정책 취지 반하는 소비 늘어나

전문가 “정부 차원에서 쿠폰 사용처 엄격히 제한할 필요 있어” 조언

민생회복 지원금 사용가능 매장 안내문 붙은 식당.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이나 프랜차이즈 가맹점 위주로 사용처가 제한돼 현장 혼란이 이어지자 피부 미용·마사지 등 당초 취지와 거리가 먼 곳에 수요가 몰리면서다. 일각에선 소비쿠폰 현금화 시도나 기부 문의까지 이어지면서 소비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확대라는 정책 본래의 목적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서울 소재 다수의 피부과·성형외과에서는 ‘소비쿠폰 사용 가능’, ‘소비쿠폰으로 결제하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보톡스와 필러, 피부관리, 지방흡입 등 시술을 홍보하고 있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의료기관이라면 소비쿠폰 결제가 가능해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등포구의 한 피부과에서는 “이벤트로 소비쿠폰과 함께 결제하면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전화로도 예약이 가능하다. 이미 문의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소비쿠폰으로 결제가 가능한 점과 더불어 소비쿠폰 최소 지급금인 15만원 이하의 시술 이벤트를 안내하고 있었는데, 병원 관계자는 “이미 온라인으로 홍보가 돼서 별도 문의 없이도 방문자가 있다. 이벤트는 지금부터 예약해서 참여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또 다른 피부과에서는 소비쿠폰으로 결제하면 가격 혜택이 적용된다는 이벤트에 시술 예약이 급증해 시술 일정을 조율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소재 국가공인 안마원에도 소비쿠폰 사용 문의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 국가공인 안마원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소비쿠폰 사용처로 추천하는 한 누리꾼의 글이 29일 오후 기준 67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폭발적인 관심이 실제 소비쿠폰 사용 가능 문의와 서비스 이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 시내 다수의 체인점을 보유한 국가공인 안마원은 모든 지점에서 소비쿠폰을 사용해 결제할 수 있었다. 일부 지점 관계자는 “소비쿠폰 사용 문의도 많이 올 뿐만 아니라 최근 이용객 대부분이 소비쿠폰으로 결제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상에는 지급받은 소비쿠폰을 사회복지시설이나 취약 계층에 기부하고 싶다며 기부처를 찾는 게시글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기부 행위 역시 선한 의도와는 별개로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소비쿠폰의 도입 취지와 거리가 멀어 제한하고 있다. 별도의 소비쿠폰 기부 절차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지원금을 받은 뒤 쿠폰으로 현물을 구매해 기부하려는 곳에 전달하는 방법이 원칙적으로 맞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기부 절차는 따로 안내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소비쿠폰 기부 가능 문의가 지급 이후 많이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당근마켓 캡처




일각에서는 소비쿠폰을 현금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최근 소비쿠폰 1차 신청 개시 직후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실거주지와 생활 반경이 달라 쿠폰 사용이 어렵다며 15만원이 충전된 선불카드를 13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거래자와 직접 만나 소비쿠폰 카드로 결제를 대신해 주고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의 게시물도 등장했다.

이에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각 지자체는 쿠폰이 본래 취지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통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정 유통 행위가 적발될 경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환수될 수 있으며 제재부가금이 부과되고 향후 보조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역시 ‘소비쿠폰’, ‘민생지원금’ 등의 키워드를 포함해 ‘ㅅㅂㅋㅍ(소비쿠폰)’, ‘ㅁㅅㅎㅂ(민생회복)’과 같은 변형 표현까지 검색을 제한하거나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목적에 반하는 소비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소비 쿠폰 사용처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이 본래 취지에 반하는 곳에 사용된다면 정책 자금 누수, 정책 편향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정책 신뢰도 저하로 이어져 차후 같은 정책이 반복됐을 때 지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미국에서 식량 쿠폰으로 술·담배 구매를 제한하듯 정부 차원에서 소비쿠폰 사용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톡스 맞을래요"·"힐링 마사지 받을까"…엉뚱한 곳에 수요 몰리는 '소비쿠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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