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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처럼…위기의 철강, 인재 투자가 해답"

◆‘만 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 출간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당진 일관제철소 30개월만에 완공

당시 정몽구 회장 건설 전권 위임

사람 투자로 세계적 철강사 급성장

로켓 엔지니어 출신 CEO까지 올라

'만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 출간

기업, 권한도 부여 전문가 양성 필요

美에 제철소 건립, 전력 쏟아부어야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 경기 성남시 초강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철강 산업 위기 극복 해법을 설명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중국의 덤핑 공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따른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 한국 철강 업계가 맞닥뜨린 위기 상황이다. 철강 수출이 줄고 공장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첫 민간 일관제철소를 완성한 ‘철강맨’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철강 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동안 부족했던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전 부회장은 30일 경기 성남시에 자리한 개인 사무실 초강재(草江齎)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위기에 몰린 한국 철강 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투자해야 할 때”라며 인재 양성을 철강 업계의 미래 생존 전략으로 제시했다. 우 전 부회장의 호(號)를 딴 초강재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다.

2019년 말 현대로템 부회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은퇴한 우 전 부회장은 최근 현대제철 설립부터 성장까지의 전 과정을 주제로 한 경제경영서 ‘만 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를 펴냈다. 현대우주항공 소속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2004년 6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에 의해 당진제철소 건설 프로젝트 책임자로 전격 발탁돼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현대제철이 기술연구소에 집중 투자한 일을 인재 경영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초대 기술연구소장을 지낸 우 전 부회장은 “당진제철소 건설 당시에 연구원 수가 10명에 불과했지만 회사의 적극적인 투자로 몇 년 만에 600명이 넘는 엔지니어를 확보했다”면서 “당시 회사 중역에 오르기 어려웠던 연구 인력들을 우대하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후발 주자였던 현대제철이 세계적인 철강 회사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재직 당시 기술연구소를 확장하는 데 기여한 점을 스스로 가장 잘한 일로 꼽았다.

우 전 부회장은 기업의 성과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다며 ‘임파워먼트(Empowerment)’ 개념을 강조했다. 큰 조직일수록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책임감을 부여하면 자연스럽게 조직 전체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우 전 부회장은 “기업의 최대 목표는 인재를 키워서 그 인재가 1000명을 먹여 살리는 전문가로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구성원의 성장 욕구를 자극해 스스로 목표를 세워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정 명예회장이 나를 대하던 방식도 이와 같았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현대의 30년 숙원 사업이던 일관제철소가 건설되기까지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다. 우 전 부회장은 당진제철소 탄생에 대해 “국내 첫 민간 제철소인 당진제철소는 당시 총공사 기간 30개월이라는 세계 철강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완공돼 한국 철강 산업을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염전·바다였던 곳에 불과 몇 년 만에 제철소가 들어서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진제철소 건설 역시 핵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우 전 부회장은 “당시 현대우주항공에서 로켓엔진 개발을 담당하던 내게 제철소 건설을 전적으로 위임한 것은 아마도 ‘우유철에게 일을 맡기면 적어도 망하지는 않는다’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은 ‘소신대로 일하라’며 힘을 실어줬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혼신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 경기 성남시 초강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진제철소 건설 과정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그는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제철소를 세우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총 8조 원에 달하는 이번 투자로 현대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과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우 전 부회장은 “실패하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당진제철소를 지을 때도 한보철강이 부도 처리되고 수십 개의 관련 업체들이 도산한 사례를 기억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다”고 했다. 중국의 덤핑 행위에 대해서는 “적자 구조인 덤핑 전략을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 전 부회장은 주52시간 근로제와 주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근무 체계에서는 당진제철소 건설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기업은 집중적으로 역량을 투입해야 하는 시점이 반드시 찾아오는데 근무 제도를 경직되게 운영하면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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