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인선의 큰 특징은 여러 명의 국회의원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대통령실의 주요 직위에 발탁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증대한 국회의 역할은 물론 현실적 국정 수요를 방증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국정 운영을 시작해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학술적 차원에서 보면 한국이 행정국가에서 정치국가로 전환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구미 선진국들에서도 관찰되는 이 같은 추세는 정치적 리더십이 기술 관료주의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며 정치적 대응력과 관료적 행정 역량 사이의 긴장 관계를 반영한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마자 곧바로 출범한 정부가 1기 내각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일부 부처는 아직도 인사 절차가 진행 중이고 그 과정에서 일부 후보자가 낙마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정치전략가 윤여준은 역대 대통령 통치 역량 평가서라고 할 수 있는 저서 ‘대통령의 자격’에서 인사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사 문제가 여론 향배를 좌우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모든 일이 사람을 쓰는 일에 달려 있다는 의미일 테다.
미국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정무·고위직 후보자 인재풀을 구축하기 위해 백악관에 설치한 대통령인사실(OPP)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2004년 대통령실에 인사수석실을 설치했지만 그대로 유지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기획관실을 뒀지만 그마저도 없어졌으며 인사 검증 기능이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부로 이관되기도 했다. 따라서 새 정부가 정무·고위직 후보자를 널리 찾는 인재 물색과 후보자에 대한 배경 조사·검증 기능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도록 인사 인프라와 시스템을 재정비했으면 한다. 아울러 도입한 지 20여 년이 넘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정책 검증과 윤리 검증으로 나눠 실시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할 때가 됐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높아지는 대외 관세 장벽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 운영의 효율성과 정책의 효과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공직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때다. 그런 맥락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방문해 5급 신임 관리자 과정 교육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공직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을 지적하며 역량 개발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한 것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가 돼야 할 새내기 공무원에게 잊지 못할 자극이 됐을 것이다.
새 정부 초기에는 국정 토론회나 워크숍도 필요하다. 또 대통령뿐 아니라 국무위원과 대통령실의 주요 공직자도 직접 공무원들을 만나 그들과 소통하며 국정 운영의 에너지가 될 팀 정신을 배양하고 공무원의 사기를 높여 직무 몰입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정부 운영과 정책 집행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천하의 일은 사람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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