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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 휩싸인 심봉사라니…신작 창극 ‘심청’ 베일 벗어

◆국립창극단 기대작 '심청' 연습실 공개

판소리 '심청가' 그대로 가져와 현대 맥락 맞춰 재해석

'효심' 중점 둔 서사에서 죄의식 탐구하는 심리극으로

국립창극단의 간판 김준수가 신작 '심청'에서 심봉사 역을 연기하고 있다 . 사진 제공=국립창극단




국립창극단의 간판 김준수가 신작 '심청'에서 심봉사 역을 연기하고 있다 . 사진 제공=국립창극단


고전 소설 ‘효녀 심청’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팔도 맹인을 불러 모아 성대한 잔치를 벌이는 ‘맹인 잔치’다. 죽은 줄 알았던 딸 심청이 고귀한 왕비로 살아 돌아와 사랑하는 아비 심봉사와 재회하고 두 사람의 염원이던 개안(開眼)까지 이룬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공개된 맹인 잔치의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기적과 환희의 축제는 온데간데없고 심봉사의 죄의식이 빚어낸 불안한 악몽이 펼쳐졌다. 일례로 그는 죽은 딸의 목소리를 환영처럼 듣다가 “심맹인 여기 계시다”는 경비원의 우렁찬 외침을 듣고 자신을 잡으러 왔다는 공포에 질린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은 더욱 스산하다. 주위로 모여든 수십 명의 맹인들은 불규칙하게 움직이며 “두 눈을 끔적끔적” 기괴한 합창을 반복한다.

국립창극단의 신작이자 화제작 ‘심청’이 베일을 벗었다. 창극단과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공동 제작하는 심청은 해외 진출을 겨냥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지난해 제작 발표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출가 요나 김과 협업하고 국립창극단 단원을 포함해 157명이 출연한다. 종막에서 130여 명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는 등 스펙터클한 연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작품은 13~14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전당에서 초연한 후 9월 3~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의 포스터. 사진 제공=국립극장




창극 ‘심청’은 판소리 ‘심청가’의 노래를 그대로 가져오지만 인물과 상황을 완전히 새로 썼다. 공개된 이야기를 보면 서사의 무게 추도 심청에서 심봉사로 기울어진 듯 보인다. 심봉사는 눈을 뜨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딸의 죽음 앞에서도 무력한 인물로, 심청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로 그려진다. 그리하여 작품은 딸을 버린 후회와 불안에 시달리는 아버지의 내면을 탐구하는 심리극에 가까워진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요나 김은 “모든 인물은 실수를 하는데 그걸 깨닫기도 하고 혹은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심청’은 그런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심봉사가 실수를 깨닫지 못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인물의 상징이지만 사실 도화동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라며 “심청 또한 ‘효심’에 사로잡혀 눈이 멀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요나 김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창극단


조선시대가 배경인 심청을 시공간을 초월한 현대적 무대로 변주한다는 점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예컨대 뺑덕어멈은 킬힐을 신은 채 명품백을 든다. 반면 용궁 로맨스나 연꽃에서 부활하는 등의 동화적 판타지는 지웠다. 요나 김은 “세계 어디에서 누가 봐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기에 어디든 통용되는 공통의 의상 언어를 썼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감정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스크린으로 송출하는 라이브 카메라 기법을 통해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장치도 마련했다.

다만 실제 공연은 지금과 확 달라질 수도 있다. 요나 김은 “결말만 세 가지 버전이 있는데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작 심청에는 힘이 있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각자의 버전이 있을 수 있다”면서 “나는 나만의 버전을 제안하는 것이며 이게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될지는 결국 관객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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