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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잦고 진행 빠른 ‘림프종’…CAR-T 원샷 치료로 생존공식 바꼈다[메디컬 인사이드]

■ 김경하 순천향대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노바티스 ‘킴리아’ 허가로 국내 CAR-T 치료 본격화

2022년 건보 적용 계기로 환자 부담금 크게 줄어

진행 빠른 림프종 특성 고려해 ‘패스트트랙’ 운영

조혈모세포이식 노하우 갖춘 전담팀이 밀착케어

이미지투데이




“PET-CT(양전자방출 단층촬영) 검사에서 암세포의 대사반응이 전혀 보이질 않아요. 가장 우려했던 급성기 합병증도 잘 지나갔고요. 이제 집에 가셔도 됩니다.”

올 5월 순천향대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병동. 주치의인 김경하 교수로부터 '완전 관해' 통보를 받은 서경제(50대·가명) 씨와 가족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서 씨는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으로 진단된 후 반복적인 재발로 심신이 지쳐있던 때 김 교수의 권유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를 받았다. 완전관해란 영상검사상 모든 병변이 사라지고 림프절의 크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 암에서 완전히 해방돼 치료나 추적 관찰이 불필요한 '완치'와는 다른 개념이지만, 림프종의 예후가 매우 좋아졌음을 뜻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서씨는 "생전 처음 듣는 치료 방식이라 지레 겁을 먹었는데 그동안 겪었던 치료 중 가장 수월했다"며 의료진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 조혈모세포이식 후에도 재발…“난치성 림프종 환자에겐 CAR-T 치료가 희망”


림프계 세포에서 기원하는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은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항암치료에 비교적 반응이 좋은 편이지만 재발이 잦다. 불과 몇년 전까지 표준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경우 고용량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세포분화 과정의 이상으로 발생한 혈액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만 고용량 항암요법과 전신 방사선치료를 통해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골수를 완전히 비우는 전처치 과정이 필요하다. 본인 또는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후에도 새로운 세포가 생착하고 분화 증식해 조혈능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이 크다. 서 씨는 두 번째 치료에 실패해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지 3개월도 안돼 재발한 터라 낙담이 컸다. 김 교수는 "허망해 하는 환자를 간신히 설득해 CAR-T 세포 치료를 시행했는데 완전관해가 왔고 두 달 넘게 유지되고 있다"며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올 때마다 환자의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져 의료진으로서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 면역세포에 네비게이션 달아 암세포만 정밀 타격…맞춤형 치료시대 열려


CAR-T 치료는 인체의 면역세포 중 T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방법이다. 환자에게서 채집한 백혈구 중 T세포를 분리한 다음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CAR-T 세포로 만들어 다시 체내에 주입한다. T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하게 타깃해 공격할 수 있도록 일종의 네비게이션(항체)을 달아주는 원리다. 환자의 몸 속에 넣으면 암세포의 특정 수용체를 표적으로 인식해 정확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글로벌 임상시험의 장기 추적 결과를 보면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환자 10명 중 3~4명 꼴로 완치 판정을 받고 있다. 한 번만 맞아도 암세포가 대폭 사라져 '원샷 치료제', '꿈의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선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2021년 3월 첨단바이오의약품 1호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며 CAR-T 세포치료의 물꼬를 텄다. 1회 5억 원에 달하던 치료 비용이 큰 허들이었는데, 2022년 4월부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금이 최대 598만 원으로 줄었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은 올 3월 여러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환자를 시작으로 매월 2~3명에게 CAR-T 치료를 시행 중이다. 김 교수는 "CAR-T가 꿈의 항암제라고 표현되다 보니 ‘혹시 나도 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환자들이 정말 많았다"며 "의정갈등 상황에서 CAR-T 세포처리에 필요한 시설, 장비 등 규제당국의 기준을 맞추느라 어려움이 컸는데 유관 부서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조혈모세포이식 노하우에 ‘핫라인’ 대응…CAR-T 치료 전과정 밀착케어


순천향대서울병원은 1987년 국내 세 번째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작했다. 림프종 등 혈액암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개별 환자의 위급성과 치료 난이도를 고려해 CAR-T 치료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과 같은 급성기 중증 합병증에 대응하기 위해 숙련된 전문의,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CAR-T 전담팀이 핫라인을 상시 가동 중이다.

김경하 순천향대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사진 제공=순천향대서울병원


김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건강 보험이 적용되는 유일한 CAR-T 치료제인 킴리아의 경우 미국 등에서 제조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데 최소 4주가량 걸린다"며 "림프종 환자들은 워낙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CAR-T 치료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가능한 빨리 치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한적인 건보 적용 기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아무리 효과적인 치료라도 늦어지면 경과가 좋지 못하다. 비용 때문에 환자 상태가 나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림프종이 100여 종에 달하는데 국내에선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환자가 2차 치료 후 악화됐을 때만 건보 적용이 가능하다"며 "국내 기업이 개발한 CAR-T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치료 비용과 기간이 크게 낮아지고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발 잦고 진행 빠른 ‘림프종’… CAR-T 원샷 치료로 생존공식 바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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