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아(사진)는 걸그룹 출신 중 가장 성공한 배우로 꼽힌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왔다. K팝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로 활동하며 판타지 속 존재 같아 보였지만 배우로는 달랐다. 영화 ‘공조’에서 허당기있는 처제, ‘엑시트’에서는 산악회 출신 연회장 직원,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정규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실습생 등 코믹부터 일상까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는 낮에는 청순하지만 밤이 되면 돌변하는 선지를 연기했다. ‘낮 선지’와 ‘밤 선지’가 너무 달라 1인 2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윤아는 ‘악마가 이사왔다’에 대해 “사람에 대한 상처가 많은 이들을 위로하는 따뜻하고 진심이 담긴 동화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청순하고 유순한 선지가 새벽만 되면 악마에 씌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혼자서 딸을 챙기는 아버지(성동일)가 믿음직하고 착해 보이는 길구(안보현)에게 선지의 보호자가 돼 달라고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임윤아의 말처럼 이 작품이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한 동화인 이유는 선지가 새벽만 되면 악마의 지배를 받는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본능적으로 막아내기 위해 악마로 변신하는 것인데 악마라기보다는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방어 기제이자 보호색일 수 있다. 임윤아는 “‘낮 선지’도 악마로 변신하는 ‘밤 선지’의 감정을 진심으로 느끼면서 연기했다”며 “악마라는 설정도 무섭다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상처와 두려움이 큰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악마가 씌어 낮과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는 선지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자신의 상처와 방어 기제를 마주하게 되고 길구의 한결 같이 따뜻한 보살핌에 위로를 받는다.
선지와 길구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모습은 동화 같지만 웹툰을 떠올리게 하는 코믹한 장면들은 웃음을 선사하다. ‘공조’와 ‘엑시트’ 등에서 임윤아가 주로 상황이 만들어주는 웃음을 선사했다면 이번에는 코믹 연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과장된 표정과 몸짓은 우리가 봐왔던 임윤아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에 대해 그는 “캐릭터가 만화적이라 현장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은 시원하게 다 했다”며 “이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는 처음이었지만 선보일 수 있는 폭도 그만큼 크고 자유로웠다”고 설명했다.
임윤아가 2019년 조정석과 출연한 영화 ‘엑시트’는 942만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는 앞서 개봉한 조정석 주연의 ‘좀비딸’과 경쟁을 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딸이 악마에 씌거나 좀비가 되는 설정을 비롯해 코믹 힐링 가족 영화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조정석 못지않게 출연작이 모두 흥행한 임윤아는 “두 작품 다 잘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우리 영화가 앞자리가 계속 바뀌면서 흥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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