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 한도로 묶은 6·27 대책 발표 이후 안정됐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4% 올라 상승폭이 전주(0.12%)보다 확대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내놓은 6·27 대책 이후 줄어들던 상승폭 흐름이 6주 만에 오름세로 반전한 것이다. 특히 강남구(0.11→0.15%)를 비롯해 성동구(0.22→0.33%), 용산구(0.17→0.22%), 마포구(0.11→0.14%) 등 ‘한강 벨트’의 아파트값 오름폭이 컸다. 대책 발표 이후 제기됐던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집값 상승폭이 크지 않고 거래량도 많지 않아 대출 규제 효과가 한계를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추가 대책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서울 시내 주택 공급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재정 지출 증가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6·27 대책은 공급 대책이 빠졌다는 한계가 있다. 대출 규제는 수요를 줄이는 단기 효과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근원적 대책이 될 수 없다. 게다가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표된 390건의 부동산 공급 대책의 시행률이 55.5%에 불과할 만큼 공급 정책엔 난점이 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경제·사회에 미칠 악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부동산 투기 자금의 실물경제 유입도 가능하지 않다. 새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10대 핵심과제를 주축으로 한 120여 개 국정과제를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는 수요 억제책에서 한발 더 나아간 실질적 공급 대책을 제시해 집값 안정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다시 꿈틀대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지 못하면 새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국정 운영 동력까지 약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신규 택지 조성, 합리적 수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3기 신도시 신속 추진 등 주택 공급을 실기(失期)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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