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대해서는 스스로 치켜세우고 야당은 깎아내리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갈라치기 발언이 국론 분열을 조장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 대표는 9일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강선우 의원을 민주당 국제위원장 자리에 유임시켰다. 최근의 여당 당직 인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완벽할 수가 없다”고 자화자찬했다.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이춘석 의원의 후임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을 내정한 것은 “전광석화처럼 해치웠다”고 자평했다. 정 대표가 도덕적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강 의원에게 당 중책을 맡긴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 야당에 법사위원장직을 양보해온 국회 관례를 또 깬 것은 거대 여당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반면 정 대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해 강경 일변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서 “통진당 사례에 따르면 국힘은 10번, 100번 정당 해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에는 “내란 세력과 손절하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환골탈태 거듭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아직은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와 관련해 수사·재판 기록에서 드러난 국민의힘 의원들의 피의 사실이 없는데도 야당에 ‘내란 정당’ 낙인을 찍는 것은 대화의 정치와 국민 통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정 대표는 10일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의 취임 후 첫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당정대는 하나의 심장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을 무시하고, 국론 분열 우려를 키우는 언행이 계속되는 한 당정대의 일치단결은커녕 국민 통합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여권 내에서 정 대표의 급발진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대표는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를 다짐한 이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되새겨 포용적 자세로 정국을 풀어야 한다. 검찰·사법 개혁안 등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야당과 충분히 숙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여야와 국민이 ‘하나의 심장’으로 달려 나라 안팎의 경제·안보 복합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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