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외벽에 대형 태극기를 두고 온라인에서 “외교부는 태극기 방향도 모르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태극기와 달리 건곤감리 배열이 서로 다른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10일 청사 외벽에 백색 바탕의 '김구 서명문 태극기'를 설치했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건곤감리가 뒤바뀌었다", "외교부의 실수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당 태극기는 실수가 아니라 1941년 김구 선생이 벨기에 출신 매우사 신부에게 전달하며 친필 서명을 남긴 역사적 태극기를 재현한 것이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김구(金九, 1876~1949) 선생이 서명한 태극기로, 독립에 대한 뜨거운 염원이 담겨 있다. 당시 김구 선생은 서명문에서 "지국(止國·망국)의 설움을 면하려거든, 자유와 행복을 누리려거든, 정력·인력·물력을 광복군에게 바쳐 강노말세(强弩末勢·힘을 가진 세상의 나쁜 무리)인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태극기는 2021년 10월 25일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괘와 태극 방향이 현재와 다른 이유는 당시 국기 규격이 법으로 통일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가 1942년 6월 29일 국기 스타일 지침을 발표했지만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국기 표준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1949년 1월 국기교정위원회가 꾸려졌다. 같은 해 10월 15일 공식 제작 지침이 발표됐고 이후 2007년 ‘대한민국 국기법’ 제정, 2009년 ‘국기 게양·관리 및 홍보 규정’ 공포 등을 거쳐 현재의 형태와 규격이 확립됐다.
오늘날의 태극기는 흰색 바탕에 중앙의 붉은색·파란색 태극 원, 네 모서리에 건·곤·감·리 4괘를 배치한 형태로 괘의 위치와 모양은 1949년 이후 표준화됐다. 그러나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그 이전 제작된 것이어서 현재와 다른 모습이다.
한편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현재 경남도청 외벽에도 걸려 있다. 경남도는 우리가 누리는 현재의 평화와 번영이 순국선열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독립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이달 8일부터 창원 본청과 진주 서부청사 외벽에 이를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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