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난폭해지지만, 평소엔 괜찮아요. 처벌은 원치 않아요.”
앞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경찰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교제폭력에 직권으로 개입한다. 최근 데이트폭력·스토킹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번지는 사건이 잇따르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경찰청은 10일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최초로 제작·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거부하거나 교제를 지속하면 경찰이 강제 개입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매뉴얼로 적극적인 대응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연인 간 다툼에서도 특수폭행·협박 등 범죄 소지가 있으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입건할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도 적극 적용해 일회성 행위라도 현장에서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접근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과거 이별을 통보한 적이 있는 연인 관계라면, 피해자가 원할 경우 단 한 번의 위협 행위에도 긴급응급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스토킹 범죄 성립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미수 사건에선 경찰이 가해자 유치를 신청했지만, 검찰이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해 논란이 됐다. 경찰은 이런 허점을 막기 위해 직접 개입 범위를 넓혔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 등의 행위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경우 적용이 가능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제폭력은 반복성과 위험성이 높아 조기 차단이 필요하다”며 “이번 매뉴얼을 통해 피해자 보호가 더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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