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전승절) 80주년 행사를 앞둔 중국 내에서 ‘항일 영화’ 유행이 번지고 있다. 일본군의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일제 침략을 다룬 영화가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중국 길거리에서 일본인이 피습당하는 일도 벌어지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를 앞두고 중국 내 반일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1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한 영화 ‘난징사진관’은 개봉 17일만인 지난 11일까지 약 22억 위안(약 4256억 원)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이는 여름철(6~8월) 성수기에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상영된 영화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올해 춘절(음력 설) 연휴 개봉한 애니메이션 ‘너자2: 마동요해’ 이후 10억 위안(약 1933억 원)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인 첫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중일전쟁 시기인 1937∼1938년 일제가 중화민국 수도인 난징을 점령하고 30만 명 넘는 민간인을 죽인 사건인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한다. 평범한 중국인들이 당시 피난소가 된 한 사진관에서 일제 학살을 입증할 사진을 확보하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내에선 올해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일제의 침략을 다룬 영화가 줄줄이 개봉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중국 어부들이 목숨을 걸고 영국군 전쟁 포로를 구하는 내용을 담은 ‘둥지다오’는 이달 8일 개봉했다. 중국인들의 일제 항전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산허웨이정' 일제 패망일인 8월 15일 정식 상영을 시작한다. 일본군 731부대의 만행을 고발하는 영화 ‘731’은 만주사변 기념일인 9월 18일에 맞춰 정식 상영을 시작한다.
극장가의 반일 열기는 혐오 범죄로 번지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장쑤성 쑤저우의 한 지하철역에선 아이와 함께 있던 일본인 여성이 중국인 남성에게 돌을 맞아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에도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일본인 여성과 유치원생 아들이 중국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다치는 사건이 쑤저우에서 발생한 바 있다. 남성을 말리던 중국인 스쿨버스 안내원은 끝내 숨졌고 남성은 올해 초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내 일본인에 대한 신변 우려가 커지자 주중일본대사관은 지난달 “반일 감정 고조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 내 일본 교민과 여행객 등에 공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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