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출입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합동 연설회 참석을 예고했던 전한길 씨가 12일 끝내 현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전 씨는 “지도부의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전한길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여전히 ‘찬탄(탄핵 찬성)’파와 ‘반탄(탄핵 반대)’파가 격돌하며 파장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전 씨는 이날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 연설회 현장에서 생중계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전 씨의 참석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은 현장 출입 통제를 한층 강화했고, 그는 결국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전 씨는 합동 연설회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앞에서 시작 10분 전 생중계 방송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입장 금지 조치를 해서 들어갈 수 없다”며 “억울한 면도 있지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전한길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며 “14일 예정된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사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전 씨는 연설회 현장과 약 9㎞ 떨어진 부산 유엔기념공원으로 이동해 생중계 방송을 이어갔다.
전 씨는 물러났지만 장내에서 진영 간 정면충돌은 계속됐다. ‘찬탄파’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자 당원들 사이에서 거센 욕설이 쏟아졌다. 일부는 ‘배신자’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내려가라”고 핏대를 높여 외치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는 “배신자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이 조폭 집단”이라고 응수했다.
당대표 후보자가 등장하자 양측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조경태 당대표 후보는 야유와 욕설에 가로막혀 연단에 선 뒤로도 3분간 연설을 시작하지 못했다. 조 후보가 “국민과 당원을 배신한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고 하자 당원들의 격한 반응이 뒤를 이었다. 한 당원은 조 후보의 사진을 찢어 보이기도 했다. 한편 장동혁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조 후보의 지지자들은 일제히 자리를 떴다.
후보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향한 날선 비난이 오갔다. 김문수 후보는 조 후보를 향해 “민주당보다 더 과하다”며 “당에 내란 세력이 많아서 부끄럽다면 당을 떠나도 되지않냐”고 직격했다. 안철수 후보는 “당의 극단적 선동가들이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꽁무니를 붙잡고 있다”며 “‘친길(친 전한길)’, ‘윤어게인’ 당 대표를 세우면 내란 정당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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