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공공장소를 테러하겠다거나 불특정 다수를 흉기로 살해하겠다는 등의 협박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중협박죄로 붙잡힌 인원 중 구속된 자는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처벌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중협박죄의 근간이 되는 협박죄의 경우도 실형 비율이 다른 범죄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이날 새벽 4시 27분께 경찰민원콜센터에 전화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 뭐라도 가져가서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50대 남성 A 씨를 공중협박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협박 전화를 받은 콜센터 상담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50여 분 만에 노상에서 A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 씨가 검거 이후 잠든 까닭에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추후 음주 여부와 범행 동기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공장소에 대한 테러 예고는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달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으며 오늘 오후 3시에 폭파된다’는 내용의 협박 글이 올라왔다. 이어 8일에는 님블 본사, 10일에는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11일에는 광주 동구 롯데백화점 등이 테러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테러 대상으로 언급된 장소에서 실제 폭발물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난 글 하나로 신세계백화점은 하루에 5억~6억 원의 막대한 손실을 봤다.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시민들과 관계자들이 대피하기 일쑤였다. 경찰특공대 등 공권력도 매번 투입되면서 치안 공백이 발생하는 등 행정력까지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질적 피해는 산출된 부분보다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협박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 공중협박죄를 의결해 올 3월 18일부터 시행했다. 비슷한 목적으로 흉기를 이용해 다수를 불안에 떨게 하는 자를 처벌할 수 있게 공공장소흉기소지죄도 올해 4월 8일 시행됐다.
그러나 두 항목이 ‘협박죄’에 비해 형량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오르지는 않아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공중협박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며 공공장소흉기소지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선고가 가능하다. 협박죄와 공중협박죄 모두 최소 처벌 규정을 정한 것이 아니라 상한형만 두고 있다. 여기에 범죄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여부와 협박의 수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는 점도 가벼운 처벌의 요인이 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3월 공중협박죄 도입 이후 7월까지 총 48명이 해당 혐의로 붙잡혔다. 그러나 구속은 4명에 그쳤다. 관련 판례도 적은 데다 촉법소년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혐의 적용 대상에 한계가 존재하는 탓이다. 공중협박죄 등이 근간을 두고 있는 협박죄의 형량부터가 다른 범죄에 비해 낮다. 법원행정처의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협박죄로 기소된 3544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인원은 874명으로 전체의 24.6%에 불과하다. 집행유예(1196명·33.7%)와 벌금형(1017명·28.6%)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기소된 형법범 12만 1396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자는 4만 7950명으로 전체의 40%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공중협박죄의 실형 비율이 낮아 모방 범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실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중혁 법무법인 환원 변호사는 “공중협박죄의 형량을 10년 이하의 징역 수준으로 늘리면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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