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낸 가운데 북한 관련 내용에서 정치 체제 비판을 빼고 분량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절반 이하로 크게 줄였다. 다만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은 유지했다.
국무부는 12일(현지 시간) ‘2024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전 보고서와 같이 “북한 정부는 사형, 신체 학대, 강제 실종, 집단 처벌을 포함한 만행과 강압을 통해 국가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북한에서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살해, 실종, 고문,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모멸적인 대우나 처벌, 강압적인 의료나 심리 관행, 자의적 체포나 구금, 다른 나라에 있는 개인을 겨냥한 초국가적 억압, 검열을 포함한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약, 종교의 자유 제약, 강제 낙태나 불임 수술, 강제노동을 포함한 인신매매, 독립적인 노동조합 금지,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하거나 체계적인 제약, 최악 형태의 아동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보고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무부는 “한 해 동안 북한의 인권 상황에 큰 변화는 없었다”며 “북한 정부는 인권 침해를 저지른 관료들을 식별하고 처벌하기 위해 신뢰할만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다만 지난해 4월 공개한 ‘202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있던 북한 정치 체제에 대한 비판을 제외했다. 이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다른 나라 선거 제도의 정당성이나 공정성에 대해 평가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까닭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나온 보고서는 북한의 부정부패 문제를 지적하면서 “주민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할 수 없으며 당국이 야당을 허용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분량과 구성도 크게 줄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인권 상황을 생명, 자유, 인간 안보 등 3개 항으로 구성해 7개 항이 있던 전년도 보고서보다 단촐해졌다. 분량도 지난해 53장에서 25장으로 감소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에서 대북특별부대표를 겸하는 세스 베일리 동아태국 부차관보 대행은 7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연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담화를 포함해 북한 지도부에서 나온 고위급 성명들을 봤다”며 “김여정의 담화를 관심 갖고 주목하고 있다(note with interest)”고 말했다. 김여정은 지난 달 29일 대미 담화를 통해 비핵화는 더 이상 안건으로 다루지 말자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서두르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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