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러시아의 모든 조치를 전적으로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통화에서 “북러 간 조약의 정신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며 앞으로도 러시아 지도부가 취할 모든 조치를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과 외국 정상 간의 통화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러 정상 간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양측의 통화와 관련,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달 6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푸틴 대통령 간의 면담 내용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정상 등 우방국 지도자들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을 통해 ‘혈맹’으로 발전한 북한도 챙긴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의중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통화에서도 북한군 파병을 언급하며 “쿠르스크 영토를 해방하는 과정에 북한 군인들이 발휘한 용감성과 영웅주의·희생정신을 다시금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조국해방(광복절) 80주년을 축하하자 김 위원장은 “충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개인 접촉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답방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12일(현지 시간) 공개한 ‘2024 국가별 인권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부는 사형, 신체 학대, 강제 실종, 집단 처벌을 포함한 만행과 강압을 통해 국가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북한 정치체제에 대한 비판이 담기지 않았고 분량도 전년도(53장)의 절반 수준인 25장에 그쳤다.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가 강한 반면 보편적 인권에는 관심이 덜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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