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이고 단계적으로 복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과는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내세워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한편 국내 정치권에는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 문화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기를 인내하며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라는 원고에 없던 발언을 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현재로서는 9·19 군사합의 복원도 공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이고 단계적’이라는 단서를 달며 인내심을 갖고 단절된 대화 복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 간 합의를 관통하고 있다”며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 주변국과의 우호적 협력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각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며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동반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이날 패전일 추도사에서 “반성과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패전일 추도사에서 총리가 ‘반성’을 언급한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전날 처음으로 광복절 연설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 해방절을 두 나라(북한·러시아)가 두터운 믿음으로 함께한다”며 러시아와의 친선을 과시했지만 한미를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제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국론을 분열시켰다”면서 “정치가 사익이 아닌 공익 추구의 기능을 회복하고, 비정상적 상황을 끝낼 때 갈등과 혐오의 장벽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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