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함께 열어나갈 적기”라면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광복절 연설에서 “조로(북러) 단결의 힘은 무궁하다”며 북러 친선 관계를 예찬하면서도 한국과 미국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대해 “헛수고이고 잔꾀이자 허망한 개꿈”이라며 조롱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던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다 되레 남북 관계의 퇴행을 자초했던 문재인 정부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9·19 합의는 북한의 장사정포 등 비대칭 전력은 그대로 둔 채 휴전선 부근 우리 정찰 자산을 묶어 북한에 일방적으로 유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마저도 북한이 2023년 전면 폐기를 선언했고 지난해에는 서해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오물 풍선 살포 도발을 해오자 윤석열 정부에서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런데도 새 정부는 대북 국제 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남북 경협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키는 등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듯하다.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블록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북한 핵 문제, 중국과 대만의 긴장 등으로 동아시아 안보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과도하게 ‘북한 바라기’에 치중한다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해 핵·미사일에 이어 재래식무기까지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 관계의 개선이 한반도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발상은 일리가 있지만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허상(虛想)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준 문재인 정부의 패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튼튼한 한미 동맹 아래 대북 제재를 강화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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