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사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 산업의 회생을 위해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이 큰 위기”라며 관계 부처에 신속한 종합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신산업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동시에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전통 산업도 포기하면 안 된다”며 “기업도 책임감을 갖고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화 업계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촉구하면서 “무임승차하는 기업에는 범부처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부는 이달 내 석화 산업구조 개편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 기간(基幹)산업으로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석화 산업은 지금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적 불황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 한때 영업이익 1조 원이 넘었던 여천NCC가 자금 경색으로 부도 일보 직전에서 공동 대주주의 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을 정도다. 여수·울산·대산 등 석화 국가산업단지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수요 부진, 친환경 전환,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뒤얽힌 복합 위기에 갇혀 공장 가동도 제대로 안 되는 지경이다. “구조조정 없이는 3년 내 국내 석화 업계의 절반이 도산할 수 있다”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고까지 나왔다. 위기에 빠진 것은 석화 산업뿐만이 아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산업도 값싼 중국산 과잉 물량 유입과 미국의 50% 품목관세 철퇴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국가 산업의 뿌리인 기간산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제조업 일자리가 1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 석화·철강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위기의 제조 산업을 되살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합병, 생산 설비 통합 등을 정부 주도로 서둘러야 한다. 사업 재편을 뒷받침할 규제 완화와 세제·금융 지원 등은 필수다. 기업들도 비핵심 사업 정리와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석화 산업이 위기를 딛고 부활한 K조선의 뒤를 이을지, 공멸의 늪으로 빠질지 지금이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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