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시가 고액 체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 1억여원어치를 압류하는데 성공했다. 비트코인(BTC)이 지난 13일(현지시간) 12만3600달러대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암호화폐 가치가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체납 세금을 암호화폐로 받아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강남구는 15일 "서울시와 협력해서 한 고액 체납자 재산을 압류하고 체납액 2억1000만원 중 1억4000만원을 징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강남구는 지난해부터 서울 자치구 최초로 가상자산 압류를 시작해 3억4000만 원 규모를 압류하고 2억 원을 징수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구에 따르면 일부러 세금을 내지 않는 상당수 체납자는 이미 재산을 가족·지인·차명 법인 명의로 바꾸거나 사실상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을 서류상 매매·증여 형식으로 넘겨두는 방식으로 당국의 추적을 피해왔다.
강남구는 특정 금액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악성 고액 세금 체납자를 집중 관리 대상자로 선정하고 자산 추적에 돌입했다. 이들이 주식·동산·부동산 대신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를 찾아 고액 체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 자료를 확보했다.
확인 결과 고액 체납자 A씨는 체납세금 전액을 납부하고도 남을 만큼 상당한 규모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 강남구는 즉시 A씨의 가상자산을 압류 조치했다.
가상자산이 묶이자 A씨는 결국 "압류를 먼저 풀어주면 체납액을 바로 납부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이미 수차례 세금 납부를 독려했는데도 무시해왔던 A씨를 믿을 수 없었다.
강남구는 세무관리과 관계자, A씨와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를 방문한 뒤 현장에서 가상자산 압류를 해제하는 동시에 체납액 1억2000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앞서 강남구는 가상자산을 압류하겠다는 '경고'만으로도 체납액 1억2000만원을 별도로 징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압류 예고와 납부 독려를 병행한 결과, 강제 집행을 하지 않고도 세금을 징수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는 탈세하려고 가상자산에 지나치게 큰 자산을 배분, 가상자산 전체가 묶여버리면 차라리 세금을 내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구 주민 B씨 역시 본인 명의의 재산이 0원이라며 세금을 내지 않고 버텨왔지만 거액을 넣어둔 암호화폐가 묶이자 "가상자산까지 압류할 줄은 몰랐다"며 체납액 140만원을 납부하기도 했다.
강남구는 보다 적극적인 가상자산 세금 징수 방식을 고안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체납자가 직접 본인 명의의 가상자산을 매도한 뒤 체납 세금을 받아내는 방식인데 이는 가상자산 매도 직후 체납자가 돈을 빼돌릴 가능성이 남아있다. 강남구는 가상자산을 비영리법인 계좌로 이전한 다음 이를 강남구가 직접 매각해 세금을 받아내는 방식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구 주민 중 상당수는 상당한 규모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며 "A씨처럼 이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활용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도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장기 체납자라면 가상자산도 예외 없이 압류 조치하고 있다"며 "성실 납세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유형 재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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