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열었으나 우크라이나전 휴전 등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노딜’로 협상을 마쳤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동부 요충지인)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면 남부 전선을 동결하고 공격을 멈추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에게 설명하면서 “러시아로부터 단순 휴전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한 휴전협정이 아니라 평화협정으로 직행”이라는 입장을 올렸다. 적성국인 러시아의 입장을 동맹과 우방국에 전달하며 합의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국제 규범과 외교 상식을 크게 벗어난 행태다.
푸틴 정부는 젤렌스키 정부를 주권을 가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마치려 한다. 미국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러시아 측 전략을 배격했지만 올해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정부와 양자 협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패싱’ 전략이 파고들 틈이 생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미국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열고 그 성과 여부에 따라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간 3자 회담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나 실현 여부는 불확실하다.
알래스카 회담 같은 방식이 한반도 안보에 적용될 경우 북한의 ‘서울 패싱’ 전략이 먹히지 말라는 법도 없다. 북한이 지난달 공식 담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밝힌 반면 이달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대해서는 “잔꾀”라고 조롱한 것도 통미봉남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알래스카 노딜을 주도면밀하게 살펴 한반도 안보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특단의 비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이달 25일의 한미 정상회담을 우리 국익을 지키고, 한미 동맹 및 한미일 협력의 틀을 다지면서 북한 비핵화를 앞당길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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