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래로 향하는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대한민국은 중대한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 변혁은 글로벌 경제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벤처 자본, 디지털 기술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플랫폼 경제가 혁신 기업에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은 디지털 미래를 위한 정책적 고민과 민간 혁신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
기업들의 디지털 기술 활용이 활발해지면서 전통 기업과 디지털 기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금융 등 주요 산업이 디지털 솔루션 중심으로 전환되며 기업들은 데이터 분석과 플랫폼 기능을 활용해 운영 효율성과 고객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결제, 광고, 물류, 경영 지원 등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한다. 여기에 AI 기술이 더해지면서 디지털 전환 속도는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기술 중심 성장을 원하는 스타트업에 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 효과는 필수적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디지털 플랫폼 활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디지털 플랫폼은 확장성, 고객 접점, 글로벌 진출 기회를 제공해 생태계 전체의 성장 기반을 만든다. 중소기업 역시 중국 플랫폼의 공격적 확장에 직면한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는 낮으며 실질적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벤처 투자와 인재 유출 문제는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년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와 금액이 크게 감소했으며, 특히 초기 단계 투자의 감소 폭이 뚜렷하다. 이러한 투자 위축은 정치 불안정과 과도한 규제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AI와 반도체 등 핵심 분야의 전문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심각하다. 이 같은 현실은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혁신 성장 동력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을 참고해 마련한 플랫폼 규제 법안은 더욱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유럽식 규제를 성급히 도입하면 플랫폼 기반 수출 성장 전략이 흔들리고 AI 강국 도약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업계는 과잉 규제가 혁신 위축과 투자 저해, 스타트업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다. 본래 대기업 규제를 목적으로 한 법안이 오히려 국내 플랫폼만 더 많은 제약을 받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혁신 중심 성장 모델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K팝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기술 기업도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성과 중심 보상, 스타트업 세제 혜택 확대, 인재 유치 및 국제 협력 강화 등 구조적 개혁이 필수다. 단순히 유럽 규제를 모방하지 말고 한국의 실정에 맞는 혁신적 균형 정책으로 플랫폼 경쟁력과 혁신 생태계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 혁신 기업과 인재가 성장하는 나라로 도약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