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중계를 즐겨보는 사람은 스코티 셰플러(29·미국)의 아들 베넷의 얼굴이 익숙하겠다. 18일(한국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케이브스 밸리GC(파70)에서 끝난 BMW 챔피언십의 마지막 장면도 셰플러가 아기를 안는 모습이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디 오픈 트로피를 아이와 맞잡았던 게 지난달 21일인데 한 달도 안 돼 또 트로피를 들었다. 시즌 5승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8승째다. 2021~2022시즌 4승, 다음 시즌 2승, 지난해 7승, 올해 5승이다.
셰플러는 선두 로버트 매킨타이어(스코틀랜드)에게 4타나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버디 6개와 보기 3개로 3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3타를 잃은 2위 매킨타이어(13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렸다.
1타 차로 앞서던 17번 홀(파3)에서 셰플러는 티샷을 왼쪽 러프로 보내 위기를 맞았다. 오르막 경사에 러프 길이도 상당했다. 볼을 떨어뜨릴 지점도 경사가 있어 계산이 쉽지 않았다. 셰플러는 높이 띄우는 샷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좀 짧은 듯했는데 결과는 완벽하게 계산된 낙하 지점이었다. 볼은 내리막 경사를 타고 야금야금 구르더니 홀로 똑 떨어졌다. 25m 거리의 칩인 버디. 2타 차로 달아난 쐐기포였다. 셰플러는 표정 없이 한쪽 팔만 번쩍 들었고 갤러리들은 마술을 구경한 듯 흥분했다. 매킨타이어가 스코틀랜드 국적이라 셰플러에게 더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온 팬들이다.
셰플러는 “3번 홀에 들어서며 선두와 1타 차로 좁혀져 있기에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15번 홀(파4) 벙커 샷이 결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15번 홀에서 셰플러는 티샷을 오른쪽 벙커에 빠뜨렸지만 163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핀 2m 안쪽에 기막히게 떨어뜨려 버디를 잡았다.
오랜 캐디의 집안 사정으로 임시 캐디와 함께하고 있지만 문제 되지 않았다. 이날 67타로 셰플러는 17개 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을 벌였고 페덱스컵 랭킹 1위도 내주지 않았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 360만 달러에 페덱스 1위 보너스 500만 달러 등 860만 달러(약 119억 원)를 챙겼다. 올해 번 상금이 벌써 약 2396만 달러(약 331억 원)다. 21일 조지아주 이스트레이크GC에서 시작될 PO 최종 3차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셰플러는 2년 연속 투어 챔피언에 도전한다.
임성재와 김시우는 각각 10오버파 공동 40위, 이븐파 공동 19위로 마쳤다. 임성재는 페덱스 랭킹 28위로 30명이 겨루는 투어 챔피언십에 초대받았지만 김시우는 랭킹 37위로 아깝게 시즌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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