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담뱃세 인상' 정책이 단기 처방에 그치며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발표한 '개인의 행태 변화 유도를 위한 현금지원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이 담배 판매량 감소에 미치는 효과는 불과 4개월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담뱃세 인상 전후의 판매량 변화를 시계열 분석한 결과, 인상 직후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판매량이 4개월 정도 지나면 다시 이전 추세로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담뱃값 인상 예고 시 나타나는 사재기 현상과 이후 정상화되는 소비 패턴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이런 단기 효과를 고려할 때 단발성 가격 인상을 반복하는 현행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0.42에서 -0.44로 추정된 점이다. 이는 담뱃값을 10% 인상해도 실제 판매량은 4.2~4.4% 정도만 감소한다는 의미로, 가격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비탄력적 수요' 특성을 보여준다. 중독성이 강한 담배의 특성상 가격이 올라도 소비량이 크게 줄지 않는다는 기존 이론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궐련형 전자담배 등장이나 담뱃갑 경고 그림 같은 비가격 요인들의 영향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기존 담배의 대체재로 인식하거나, 경고 그림에 익숙해져 더 이상 충격을 받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현행 금연 유도 정책들이 일시적 효과에 그치거나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담뱃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매년 소비자물가와 연동해 담뱃세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담배의 실질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 지속적인 금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시장 충격과 물가 상승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 번에 큰 폭으로' 올리는 대신 '매년 꾸준히 조금씩' 올림으로써 흡연자들이 가격 변화에 둔감해지는 현상을 막고, 장기적 관점에서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판단이다.
다만 가격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노담 캠페인 같은 사회적 규범 활용이나 니코틴 함량 점진적 감소 등 다양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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