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두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스마트폰 업체 애플 물량을 수주한 삼성전자(005930)의 자사주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1개월 평균 수익률만 놓고 보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000660)를 6배 정도 앞선다. 현재까지 자사주를 보유 중인 직원들 사이에선 “애사심이 샘솟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임직원의 근로 의욕 고취, 동기 부여를 위한 자사주 부여는 글로벌 빅테크는 일찍이 시행했고, 국내 재계에서도 삼성·SK·한화 등이 속속 도입 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 5월 자사주를 지급받은 삼성전자 직원들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들여다보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올 5월 지급받은 자사주 수익률이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HBM 문제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테슬라 수주 소식이 알려진 뒤 MTS를 켤 때마다 빨갛게 오른 수익률을 보면 없던 애사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결국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직접 체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올 5월26일 1인당 평균 43주의 자사주를 특별 보상으로 지급했다. 스톡옵션 제도는 있었어도, 전 직원 자사주 지급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당시 5만 4700원이었던 주가는 이달 21일 7만 600원에 마감했다. 석달 수익률이 29.1%다. 시기적절한 자사주 지급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두 차례 자사주를 지급했다. 1월 말 성과급과 연동해 지급한 주식의 수익률은 10.9%다. 2월 말 특별 격려금으로 준 주식의 수익률은 23%였다. 둘 다 모두 높은 수익률이지만, 삼성전자가 주가 저점기에 주식을 지급하면서 최종 수익률 경쟁에서 앞섰다. 1개월 평균 수익률로 따지면 삼성전자(9.7%)가 SK하이닉스(1.6%)를 6배 앞선다.
자사주 수익률 분위기를 바꾼 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터뜨린 ‘잭팟’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약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칩은 170억 달러(약 23조 원)를 투자한 미국 테일러 공장의 2나노 최첨단 공정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여기에 10년 만에 애플과도 손을 잡았다. 차세대 아이폰에 탑재될 칩을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연이은 낭보에 파운드리 사업부의 오랜 적자 고리를 끊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글로벌 기업을 보면 자사주 지급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는 이미 주식 보상을 인재 확보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직원들을 회사의 주주로 만들어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회사의 비전과 성과를 함께 나누는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애플은 임직원이 자사주를 시가보다 15% 할인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ESPP(Employee Stock Purchase Plan) 제도를 운영한다. 아마존과 구글은 신입사원부터 핵심 임원까지 보상의 상당 부분을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로 지급한다. 이는 직원들이 단기 성과보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연봉과 성과급에 주식 보상을 더한 패키지로 전 세계 인재를 끌어모은다.
국내 대기업들도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연동과 특별 보너스를 결합한 투 트랙 전략을 쓴다. 한화그룹은 임원 중심이던 RSU 제도를 주요 계열사 팀장급까지 확대해 책임 경영 문화를 이식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현금성 보상만으로는 치열한 인재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직원을 회사의 파트너이자 주주로 인정하는 주식 보상 문화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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