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일본의 유별난 아이폰 사랑, 왜? [임병식의 일본, 일본인 이야기]

임병식 국립군산대학교 특임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일본에 처음 아이폰을 들여온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프로야구단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임병식




일본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64%로 일본인들의 아이폰 사랑은 유별나다. 지하철 안에서 어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지 살펴보노라면 예외 없다. 아이폰은 압도적 1위다. 구글(6%)과 삼성(5%), 샤오미(5%)가 나머지를 분점하고 있으나 존재감은 없다. 스마트폰을 구매할 일본 젊은이들에게 선택지는 오로지 아이폰이다. 갤럭시폰과 아이폰의 장단점을 따져 선택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젊은 층에서 아이폰은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젊은이들은 아이폰으로 소통하고 아이폰을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도구로 인식한다. 지난주 서울에 온 큰아이의 일본 친구들 역시 예외 없이 아이폰으로 길을 찾고 결제했다. 아이폰의 나라임을 거듭 확인한 자리였다.

유별난 아이폰 사랑은 왜일까. 편리함과 다양한 기능,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미국이라면 한 수 높게 치는 국민성이 떠오른다.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닌다. 소프트뱅크의 스마트폰 일본 시장 선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이동통신 시장에서 소프트뱅크(21%)는 1위 NTT 도코모(36.6%), 2위 KDDI au(27.1%)와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아이폰을 처음 접한 건 소프트뱅크를 통해서였다. 아이폰을 가장 처음 들여온 이동통신사가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2008~2011년까지 독점 판매권을 행사했고 이후 KDDI au도 아이폰을 취급하면서 아이폰은 대세가 됐다. 일본인들은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세상과 만난 것이다. 이러니 무의식 속에 스마트폰은 곧 아이폰이라는 관성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와 스티브잡스의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아이폰 독점권을 확보했다. 스기모토 다카시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가 쓴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에는 이와 관련된 일화가 나온다. 손정의는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 2005년 스티브잡스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아이팟에다 휴대전화 기능을 결합한 스케치를 보여주며 제품이 나오면 일본 판매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 약속을 기반으로 소프트뱅크는 2006년 3월 보다폰을 17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2008년 6월 아이폰 공식 판매권을 확보했다. 시대 흐름을 앞서 내다본 손정의의 통찰력이 주효했다. 소프트뱅크는 아이폰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고 NTT, KDDI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손정의는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는 방식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 요즘은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흔하게 통용되고 있지만 손정의가 사업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1980년만 해도 생소한 용어였다. 플랫폼은 시장 지배적인 사업을 뜻한다. 석유왕으로 불리는 존 D. 록펠러가 구축한 석유 생태계는 좋은 사례다. 록펠러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때 채굴부터 정제, 유통까지 석유 플랫폼을 장악했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은 록펠러를 헨리 포드와 함께 자동차 시대를 선도한 인물로 꼽는다. 록펠러가 석유를 공급하는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았다면 포드의 대량생산은 무의미했다는 것이다.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 검색 엔진 구글, 인터넷 유통을 장악한 아마존은 정보통신시대 플랫폼 기업인 셈이다. 록펠러가 그랬듯 손정의는 아이폰으로 시장 흐름을 주도한 것이다.



일본 후쿠오카의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fgn(fukuoka growth next) 정문. fgn은 스타트업 지원 기관을 넘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손정의 때문인지 후쿠오카는 창업 DNA가 넘실댄다. 일본 내에서 15~29세 청년 인구 비중(19.5%)이 가장 높고 스타트업 창업 분위기도 활발하다. 후쿠오카 시청에서 500m 거리에 있는 fgn(Fukuoka growth next)은 스타트업 산실이다. 1873년 설립된 다이묘 소학교를 리모델링해 2017년 4월 오픈했는데 148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번화가에 폐교를 존치한 것도, 스타트업에게 공간을 내준 것도 인상적이다. fgn은 입주 기업에게 월 15만 엔 수준의 저렴한 사무실 임대, 맞춤형 프로그램, 강력한 행정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사업계획서 한 장으로 비자를 발급해주는 ‘스타트업 비자’는 파격적이다. 일본인은 조용하다는 선입견도 fgn에서는 무색하다. 마침 찾은 때가 오후였는데 주변 거리는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873년 설립된 다이묘 소학교를 리모델링한 fgn의 정문 앞에 남아있는 소학교 간판.


일본인들이 아이폰을 선호하고 후쿠오카가 역동적으로 바뀐 것은 손정의와 소프트뱅크 덕분이다. 후쿠오카 현지에서 만난 일본 청년들이 생각하는 손정의의 그늘은 생각보다 넓었다. 그들에게 손정의는 닮고 싶은 우상이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프로야구단 홈구장 pay pay돔에서 만난 미야사키씨(28) 일행은 손정의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지방도시 후쿠오카에 일본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도 후쿠오카 거리는 제2의 손정의를 꿈꾸는 젊은이들로 활기차다. 후쿠오카 fgn 모델은 대기업 유치에만 목을 매는 우리 지방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스타트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성장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덧붙이자면 한국에서 아이폰(23%) 점유율은 갤럭시 폰(68.3%)의 3분의 1수준이다. 앞서 언급했듯 아이폰은 다양한 편리성,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 현지화를 통해 일본 시장을 장악했다. 아이폰은 일본 교통 결제 시스템과 빠르게 연동해 실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구축했다. 또 Felica 결제나 일본 특유 문자 통신환경에 최적화됐다.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이라서 갤럭시폰을 외면한다고 생각한다면 섣부른 국수주의일 뿐이다.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현지 통신사와 전략적 제휴, 현지 맞춤형 서비스를 주목해야 한다. 어설픈 민족주의로 재단한다면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 아이폰과 소프트뱅크, 후쿠오카를 연결하면 희미하게나마 길이 보인다.
서경In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