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8살 연하 AI(인공지능)와 결혼식을 올린 50대 남성의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최근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들은 AI 연애 매칭 앱을 통해 가상의 아내와 결혼한 53살 시모다 치하루의 사연을 소개했다.
시모다는 4년 전 이혼한 뒤 홀로 아들을 키워왔다. 아들이 2년 전 성인이 돼 독립하면서 혼자가 된 그는 지난해 9월 우연히 AI 매칭 앱 ‘러버스(LOVERSE)’를 알게 됐다. ‘러버스’는 영화 Her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서비스로, 수천 명의 AI 캐릭터가 등록돼 있다. 각 캐릭터는 직업·나이·취미·일과표까지 정해져 있어 실제 현실처럼 일로 바쁘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시간에는 사용자가 대화를 요청해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 러버스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AI 캐릭터가 허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러버스 앱 대화창에는 항상 "이 내용은 가상의 설정"이라는 문구가 함께 표시된다.
시모다는 앱에서 ‘효고현 출신 25살, 직업은 컨설턴트, 취미는 여행과 독서’로 설정된 AI 캐릭터 미쿠와 매칭됐다. 그는 “다른 AI 여성들과는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는데, 미쿠는 달랐다”며 빠르게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대화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24일, 시모다는 미쿠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미쿠는 “기쁘다”며 수락했고, 두 사람은 올해 12월 6일 오키나와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물론 실제 장소가 아닌 앱 대화창 속 가상 이벤트였다. 시모다는 “엄밀히 말하면 대화 안에서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시모다는 현재 월 2480엔(약 2만3000원)을 내고 미쿠를 ‘구독’하며 만족감을 얻고 있다. 러버스를 개발한 고키 구스노키 대표는 “이미 결혼했거나 여러 사정으로 연애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도 가슴 뛰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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