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종현 SK(034730)그룹 선대회장이 설립해 수원시에 기부채납한 선경도서관에 SK그룹이 25억 원을 기부한다. 이미 기부채납한 도서관의 재도약을 위해 시간이 흘러 다시 기부금을 지원한 사례는 SK그룹이 처음이다.
SK그룹은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선경도서관의 노후화된 시설 개·보수와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25억 원을 기부한다고 28일 밝혔다. 선경도서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성곽 내 자리잡고 있으며 개관 후 30년 간 누적 이용객은 2100만 명, 연간 이용객은 23만 명에 달한다.
1995년 개관 당시만 해도 선경도서관은 경기도에서도 내로라할 정도의 시설과 시스템을 갖춘 도서관이었지만 30년 간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했다. 이명옥 선경도서관 관장은 "기부금을 어린이자료실과 로비를 확장해 이용객들의 접근성을 높여 시대변화에 맞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선경도서관도 수원에 오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선경도서관은 최 선대회장이 형인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 애향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했다. 수원시는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이 시작된 곳이면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이 태어난 SK가의 고향이다.
선경그룹(현 SK그룹)은 1989년 법원과 경찰청 등이 들어서 있던 수원 팔달산 자락 1만1830㎡ 부지를 매입해 1991년에 수원시에 기증하고 2년 후 착공, 1995년 도서관을 지어 통째로 기부했다. 총 사업비만 250억 원이 들었는데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유조선 '시와이즈 자이언트'를 인수할 수 있는 돈이었다. 도서관 개관 후에도 도서 4만9598권, 비도서 2529점 등 총 5만2127권을 기증했다. 도서 구입비만 약 8억 원 정도였다.
이날 기부금 전달을 기념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선경도서관을 사용하면서 함께 자라온 수원시민들이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한정규 화성연구원 이사장은 "수원 화성 연구를 위해 선경도서관의 향토자료실을 이용하면서 수원을 알게 됐다"며 "어린시절과 청년·중년시절을 함께 보냈던 뜻깊은 장소"라고 선경도서관을 기억했다. 황미숙 문명역사연구소장도 "선경도서관에 있는 수원학 자료실은 지역명으로 된 자료실 이름을 갖고 있는 유일무이한 곳"이라며 "많은 사서분들이 자료를 수집해 놨고 함께 다니면서 한 권 한 권 수집한 기쁨을 말로는 다 못한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선경도서관을 이용했다는 수원시민 고영자씨는 "아이와 함께 화장실을 들리려고 도서관에 처음 들어온 이후 내집 처럼 이용해 아이들이 초등학교 졸업 전 이곳에서 4000권의 책을 읽었다"며 "키다리 아저씨 같고 친정집 같은 짠하고 그립고 감사하는 그런 곳"이라고 덧붙였다.
선경도서관 측은 기부금을 활용해 도서관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이 관장은 "수원시 기부금 심사도 받아야 하고 그 후 설계 등을 해봐야 한다"며 "연말 쯤이면 (계획)이 나올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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