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만든 신도시와 혁신도시의 상가 공실률이 최고 42%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의 중심이 일반 상점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 오래인데도 상가만 지을 수 있는 상업용지가 과잉 공급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3기 신도시는 상업용지 비중을 줄였지만 유사한 성격의 주상복합용지와 자족시설 등의 용지가 증가한 탓에 이 같은 과잉 공급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공실률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광주전남혁신도시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42.23%로 집계됐다. 점포 10곳 중 4곳은 임차인을 찾지 못해 비어 있는 셈이다.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혁신도시 7곳의 평균 집합상가 공실률은 27.8%에 달한다.
도시개발 사업과 공공주택지구 사업으로 조성된 수도권의 여러 신도시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 영종신도시의 1분기 집합상가 공실률은 24.6%에 달했으며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는 15.9%, 의정부 민락신도시는 14.6%, 김포 한강신도시는 14.3%를 기록했다. 인천과 경기도의 평균 집합상가 공실률이 각각 8.2%, 5.7%인 것과 비교하면 신도시의 공실률이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신도시의 상가 공실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토지별 용도를 정하는 ‘토지이용계획’에 상업용지가 필요 이상으로 배정된 것이 꼽힌다. 신도시에 들어서는 용지는 주거·상업·업무 등으로 구분되며 면적과 비율은 지자체와 시행자가 인구 계획, 주변 도시 상황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설정하게 돼 있다. 실제로 주요 신도시들은 조성된 시기에 따라 상업용지 비율이 제각각이다. 1기 신도시는 전체 토지 면적의 5%, 2기 신도시는 1.9%, 지방의 10개 행복도시는 4%가 상업용지다.
문제는 최근에 조성된 신도시일수록 이미 주변에 상권이 갖춰진 경우가 많아 상가가 활성화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요즘에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하는 데다 아파트에도 상가가 많아 예전처럼 상업용지가 클 필요가 없다”며 “하지만 도시 중심부에 상업 기능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상업용지가 많아지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 속에 계획을 세운 3기 신도시는 상업용지 비율이 전체 면적의 0.8%로 낮다. 정부가 2019년에 ‘상업용지 설계 기준’을 수립해 인구 등의 요인을 더 철저히 반영하도록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3기 신도시의 경우 상업용지와 유사한 용지들이 많이 배치돼 상가 공실 문제를 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례로 고양창릉지구는 상업시설 면적이 전체 토지의 0.5%에 불과하지만 주상복합용지와 자족시설용지 비율은 각각 2.4%, 3.2%에 달한다.
상업용지 과잉 우려가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도 상업용지의 주거 전환 검토에 나섰다. 서울시는 5월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 건물의 비주거시설 의무 비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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