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일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아직 여야가 손을 잡기에는 거리가 너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 협치에 김 총리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면서도 여당의 ‘야당 패싱’에 대한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쏟아냈다. 정책위의장·사무총장 인선까지 마무리하면서 새 지도부 진용을 갖춘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김 총리와 마주한 장 대표는 거대 여당의 일방적인 입법 강행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정부·여당의 야당 존중을 주문했다. 장 대표는 “(여당이)미래로 나아가자고 하면서 과거의 일로 무리하게 야당을 공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야당이 여당을 향해 협치의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또 “민생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여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과거와 단절하라고 말하면서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들겠다고 한다”며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3대 특검의 연장도 예고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여당이)노란봉투법, 상법 등에 대해 기업의 우려를 담아낼 수 있는 보완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그런데 국회는 협치를 통해 그런 것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이미 이뤄진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국내에 미칠 영향은 예의 주시하면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며 “협상 결과에 대해 국민들께서 소상히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총리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헤쳐 나가는 게 국회고 정치”라며 “여야가 잘 풀어가면 정부도 협력하고 뒷받침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조속히 만남이 이뤄져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을 장 대표가 직접 듣고, 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여야, 대통령의 대화도 이뤄질 것”이라며 “장 대표가 의원들께 정부 측과도 편하게 만나라고 말씀해주시면 소통하고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지난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잘 싸우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며 수위 높은 대여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김도읍·정희용 의원 등 강성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화합형’ 인사를 각각 당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여당과의 물밑 접촉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당장 9월 정기국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원식에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상복 차림으로 본회의에 출석하는 등 하반기 국회도 극한 여야 대립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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