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법안으로 미국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현금을 확보하게 돼 인공지능(AI) 등 신규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 시간)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납부 세액을 15억∼20억 달러(약 2조∼2조 8000억 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버라이즌은 지난해에는 법인세로 56억 달러를 납부한 바 있다. 통신회사 루멘 테크놀러지도 4억 달러(약 5500억 원) 규모의 법인세 환급을 신청했고, 에너지 업체 다이아몬드백 에너지도 올해 법인세를 3억 달러(약 4000억 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엔지니어링 업체인 레이도스는 세법 개정 영향으로 올해 현금이 1억 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대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대폭 개선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4일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덕분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때 시작한 한시적 기업 감세 조항을 올해 말 종료하지 않고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아동 건강보험프로그램(CHIP) 예산 삭감, 푸드스탬프 예산 삭감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회계에서 비용으로 처리된 금액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납부 세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월가에서는 기업들이 이렇게 확보한 재원으로 신규 투자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투자나 자사주 매입을 위한 더 많은 자금, 관세 인상에 대한 더 큰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스 스탠스버리 루멘 테크놀러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개정 세법은 미국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대한 기술 혁명에서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미국이 AI 분야에서 더 경쟁력을 갖추고 투자를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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