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 소문난 실력자로 통하는 고수가 있다. 교과서에 가까운 간결한 스윙과 프로 못지않은 골프 센스로 그 어렵다는 클럽 챔피언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골프뿐 아니다. 국내 굴지의 유제품 특수 유통 회사를 운영하며 본업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병오 이젠푸드 대표 이야기다. 그의 삶은 골프로 시작해 골프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 1주일에 2~3일, 1년 중 약 200일 가까이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갖는다는 그는 건강과 활력을 가져다준 가장 큰 ‘은인’으로 주저 없이 골프를 꼽는다.
이 대표와 골프의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1996년 업무차 미국을 찾은 그는 바이어로부터 골프에 입문할 것을 권유받았다. 비즈니스와 재미 둘 모두를 챙길 수 있다는 추천이 이어졌다. 미국을 떠나던 날 바이어는 골프채까지 선물로 줬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동경해 왔다. 이왕 시작한 김에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장에 가서 프로에게 6개월 동안 이를 악물고 레슨을 받았다. 그는 “프로의 스윙을 모두 내 것으로 흡수하고 싶었다. 이후에 여러 고비를 넘어서니 정말 프로처럼 부드러운 스윙을 할 수 있었고 스코어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빠른 기량 향상 비결을 밝혔다.
실력이 급성장하니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최고의 실력자들만 가질 수 있다는 클럽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 대표는 여덟 번의 도전 끝에 2016년 덕평CC(현 H1클럽)의 클럽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 대표는 “골프를 시작하며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루게 돼 기뻤다. 클럽 챔피언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자랑스럽기도 했고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 클럽의 챔피언이라는 명예를 가졌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른 클럽들의 챔피언 자리도 노려보겠다는 것. 그는 “회원권을 갖고 있는 수원CC와 리베라CC에서도 챔피언에 오르고 싶다. 두 클럽 모두 실력자들이 많아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표의 ‘골프 사랑’은 일반 애호가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골프를 잘하기 위해 일상생활의 루틴을 조절하고, 라운드 전에는 힘을 더 낼 수 있도록 장어 등 보양식 섭취도 빠뜨리지 않는다. 더 부드럽게 스윙을 하기 위해 마사지를 받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이 대표의 평소 일과 중 하나다.
골프로 점철되는 이 대표의 일상이 본업인 사업에 방해는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며 우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비즈니스를 하는 데 골프가 큰 도움이 된다. 클럽 챔피언이 된 뒤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함께 라운드를 하는 사업 파트너들이 자신의 스윙이나 골프 루틴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한다. 그들의 고민에 대답을 해주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간의 신뢰가 쌓이고 사업의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으로 활동하며 골프에 대한 인식이나 신념이 완전히 새롭게 정립됐다고 한다. 이전에는 그냥 플레이를 하며 코스를 즐겼다면 지금은 한 번이라도 더 코스 세팅 등 골프장들의 고유한 특성들을 돌아보게 됐다는 것. 이 대표는 “선정위원의 마음가짐으로 골프장에 나가면 일반적으로 플레이하는 것과 달리 코스를 보는 태도와 자세가 더 특별해진다. 더 주의 깊게 코스를 살피다 보니 한 번 다녀온 곳의 코스 레이아웃이 시간이 지난 후에도 머리에 그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선정위원들과 함께 다녀온 ‘골프 성지’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라운드를 실현하며 골프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무엇보다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현지 골퍼들의 태도였다”며 “그들은 날씨를 기다리지 않았다. 좋은 날은 물론이고 흐린 하늘, 비, 거센 바람까지도 골프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자연과 함께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그들에게 골프는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인생 그 자체였다”고 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골프와 함께하는 인생 후반기에 대해 짤막한 기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골프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인생에 즐거움이 가득했어요. 앞으로 남은 인생도 골프가 있기에 더 기대됩니다. 골프에 살고 골프에 죽는 ‘골생골사’ 이병오는 앞으로도 쭉 골프와 함께 할 생각이에요.”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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