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 5대 의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일 전국 법원장들에게 최근 민주당 ‘국민 중심 사법 개혁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공개하고 법원장회의 소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법권의 주체인 법원을 배제한 개편은 헌법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대외적 사법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의견을 모은 뒤 최종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관련 1·2심 재판을 전담할 특별재판부를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별재판부는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9명의 판사를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구조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이 특별재판부 구성을 좌우할 것이 뻔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삼권분립 정신을 흔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사법 독립성과 재판의 객관성·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관 30명 증원과 법관평가위원회 도입에 대해서도 각각 사실심인 1·2심 재판 약화와 판결에 대한 외부 간섭 위험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특정 사건만 담당하는 별도 재판부는 건국 직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산하 특별재판부와 4·19 직후 부정선거 사건 특별재판부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설치됐다. 이미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구속됐고 비상계엄 관련자 수사·재판도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여당이 특별재판부까지 설치하려 한다면 정치적 저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6·3 대선을 앞두고 대법관 증원 법안을 추진하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 사법권 독립 침해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입법·행정부를 장악한 거대 여당이 사법부까지 지배하면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져 더 큰 저항이 생길 수 있음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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