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간 상호 시장 진출이 허용된 이후 전문건설의 영역이 잠식당하고 하도급이 더 만연해졌습니다. 이는 결국 건설 안전과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은 3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협회 창립 40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1년 시행된 전문건설업과 종합건설업 업역 개편이 오히려 건설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문건설업체는 개별 세부 공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업체, 종합건설업체는 전체 공정을 총괄하며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를 의미한다. 전문건설업과 종합건설업의 수주 분야는 원래 엄격히 나뉘었지만 정부가 2021년 ‘업역 규제’를 폐지하면서 서로의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윤 회장은 “(업역 개편은) 건설업체의 역량을 키운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소규모 전문공사 입찰에도 종합건설업체가 진출하면서 경쟁이 과열됐다”며 “현실적으로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를 수주하기는 어렵다 보니 전문건설업계의 경영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협회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한 종합공사는 전체 발주 건수 대비 14%(3353건 중 473건)에 불과했지만 종합건설업체가 수주한 전문공사는 전체 발주 건수의 34%(2325건 중 803건)에 달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업역 개편 이후 종합건설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 셈이다. 상호시장 진출 허용 정책이 하도급 만연화와 공사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윤 회장은 “어차피 종합건설업체가 직접 시공할 수 있는 분야가 적다 보니 전문공사업체에 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다”며 “종합건설업체의 전문공사 수주와 하도급이 늘어나다 보니 공사비가 더 내려가고, 안전관리비가 삭감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협회는 업역 간 구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대선의 건설정책 공약으로 ‘건설공사 업역 간 경쟁체제 개선’을 내세운 바 있다.
한편 윤 회장은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로 ‘건설 안전’이 업계의 화두가 된 것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건설안전특별법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고가 나는 것을 원하는 (건설업체) 대표는 아무도 없다”며 “다만 정부도 근본적으로 건설 산업재해를 줄이고 싶다면 충분한 공기, 적정 공사비, 충분한 안전관리비 세 가지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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