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체인 팔로 알토 네트웍스(PANW)가 올해 실적을 통해 ‘플랫폼 전략’의 효과를 입증했다. 고금리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업들의 정보기술(IT) 예산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하며 보안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난해 2월 플랫폼화 전략 선언 직후 주가가 28%가량 급락했지만, 이번 분기를 기점으로 반등세를 나타내면서 전략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올해 회계연도 기준 4분기 팔로 알토 네트웍스의 매출은 25억 3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8% 증가했다. 영업이익(7억 6800만 달러)과 순이익(6억 7300만 달러)은 각각 30.6%, 28.9% 늘었다. 이는 모두 시장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돈 성적표다. 차세대 보안 부문에서 연간 반복 매출(ARR)이 직전 가이던스 상단을 넘어선 가운데 수주 잔고도 158억 달러로 확대돼 매출 규모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구조적 회복을 보여준 분기였다.
성장의 중심에는 파편화된 보안 체계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한 데 있다. 네트워크 보안, 클라우드 보안, 보안관제(SOC) 자동화 등 3대 축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으며 구독·지원 매출(19억 6000만 달러)은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팔로 알토 네트웍스가 그간 강조해 온 ‘툴 통합’ 전략이 안정적인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컨설팅·보험·금융사와의 대형 계약이 실적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전략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음이 입증된 셈이다.
올 7월 발표된 약 250억 달러 규모의 사이버아크 인수도 눈길을 끈다. 이를 계기로 정체성 보안 기능을 플랫폼에 통합해 네트워크·클라우드·정체성을 아우르는 ‘토털 방어 체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 발표 직후 주가는 잠시 급락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완성도를 높이는 모멘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 확산이 보안 수요를 키운 점 역시 주목된다. 기업 내부에서 활용 중인 생성형 AI인 '젠 AI' 트래픽은 지난해 대비 890% 폭증했고, 데이터 유출 사고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팔로 알토 네트웍스는 향후 5년 내 통합형 보안 플랫폼 고객 수를 두 배 이상 확대하고 2030년까지 차세대 보안 ARR을 15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호실적은 팔로 알토 네트웍스가 단순히 분기 반등에 그치지 않고 보안 시장 재편의 선도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내실 있는 매출 성장, 정체성 보안 보강,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반 구독 매출 확대는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 축을 견고하게 다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환경에서도 ‘플랫폼화 전략’을 기반으로 한 토털 보안 체계는 구조적 성장을 이끌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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