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팬더스트리(Fandustry)’의 확장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들이 팬덤 사업에 진출하며 적극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팬더스트리는 ‘팬덤(fandom)’과 ‘산업(industry)’의 합성어로, 팬덤을 기반으로 한 사업 전반을 의미한다. 이는 K팝 팬덤 플랫폼의 성공을 계기로, 팬덤의 로열티를 바탕으로 한 팬덤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가속화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K팝 팬덤 플랫폼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성공 모델을 구축하며 산업적 가치를 창출했다. IBK 투자증권의 팬덤 경제학 보고서에 따르면 팬덤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7조9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으며, 향후 5년 내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들이 글로벌 팬덤·인플루언서 팬덤·지식재산권(IP) 팬덤 등을 대상으로 팬덤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한 소통을 넘어 해외 진출 지원·상품 판매·커뮤니티 활성화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K팝이 견인한 한류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글로벌 팬덤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3년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한류 팬덤은 2012년 926만 명에서 2023년 2억2500만 명으로 24배 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팬덤을 온·오프라인으로 아우르며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넓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팬더스트리의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 프리즘(PRIZM)은 K-컬처에 열광하는 전 세계 팬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며, 글로벌 팬덤 확산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약 30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가입자를 대상으로 국적·언어·취향 등 다변화된 수요에 대응하며 한국에 방문하지 않아도 팬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플랫폼 안팎에서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골든디스크 어워즈· 백상예술대상·청룡시리즈어워즈 등 주요 시상식을 글로벌 단독 생중계하고 6개 국어 AI 동시 번역 및 사용자 간 실시간 채팅 기능을 통해 언어 장벽 없는 소통을 지원한다. 또한 플랫폼내에서는 인기투표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인스타그램·X(구 트위터) 등 외부 SNS 채널에도 4컷 포토·인터뷰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팬덤 접점을 다각화하고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프리즘은 해외 팬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도 제공해 팬 유입을 촉진하고 충성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주요 시상식 방청권·라이브 한정 무료 럭키드로우 등의 독점적인 혜택을 제공해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향후에는 럭키드로우 시스템을 팬 활동과 직접적인 구매로 연계하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글로벌 커머스로의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K팝 팬덤 규모 증가에 발맞춰 뷰티 및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에 주목해 에이피알·메디큐브·설화수, 신라면 등 유명 K-뷰티 및 K 푸드 브랜드 등과 연계한 영상광고 및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K-미디어 플랫폼으로서 K-브랜드와의 시너지를 창출하며 해외 팬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화장품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다.
인플루언서와 팬덤 간의 긴밀한 유대감을 기반으로 직접적인 소비를 이끄는 팬덤 비즈니스 모델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인플루언서 광고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맞춤형 콘텐츠로 높은 신뢰도를 형성하며, 전통적인 광고 방식보다 높은 구매 전환율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에 따르면, 정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기존 방식 대비 6배 높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플루언서의 취향과 추천이 팬들의 공감과 모방 심리를 자극해 구매로 연결되는 현상이 핵심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CJ ENM이 운영하는 CJ온스타일은 인플루언서 팬덤의 로열티를 활용한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최근 뷰티·라이프스타일·유아동 등 분야별 인플루언서 16인과 16개 브랜드를 1:1로 매칭한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인플루언서 쇼’를 선보였다. 인플루언서 쇼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CJ온스타일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거나 개인 SNS를 통해 특정 브랜드를 공동구매 형식으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특정 스토리 기반 IP에 대한 깊은 애착을 바탕으로 팬덤의 몰입도를 높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원작 IP의 입체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를 더욱 실감 나게 경험하고자 하는 팬들의 니즈에 따라 웹툰 기반 드라마의 실사화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IP 기반 비즈니스에서 세계관 재현력과 섬세한 캐릭터성 구현이 주요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몰입형 콘텐츠는 팬들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며 IP의 지속 가능성과 부가가치 창출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베리즈(Berriz)는 IP 팬덤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체 보유한 스토리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의 팬덤을 대상으로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 베리즈는 누적 1억7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웹툰 ‘바니와 오빠들’의 드라마화 이후, 공식 팬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이 커뮤니티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실제 말투와 취향을 반영해 일상적인 글을 게시하거나 팬들과 채팅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팬들은 이를 통해 주인공이 실존하는 듯한 생생한 몰입 경험을 즐기고 작품의 깊은 여운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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