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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칩 비하인드] 퍼스트 무버 양성을 위한 교육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반도체공동연구소장

창의성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

세상에 없는 해답, 토론할때 나와

집단지성 힘 체득시킬 교육 필요





우리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주입식 교육을 받아서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한 학급에 70여 명이 앉아 있었으니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수업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 학교는 20~30명 수준으로 학급을 운영하며 토론 중심 수업을 통해 창의력을 키운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콤플렉스를 안고 자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사회 경험이 쌓이면서 한국인은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통념에 의문이 생겼다. 우리가 개발한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보다 먼저 등장했고 아이리버가 개발한 MP3 플레이어는 아이팟보다 먼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라지고 미국의 애플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은 빅테크로 성장했다. 결국 부족했던 것은 창의성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시장과 연결하는 실행의 과정이었다.

우리가 창의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은 최근에 와서 더욱 확실해졌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오징어 게임’ ‘기생충’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이 우리의 창의성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들이 성공하기까지는 창의적 발상뿐만 아니라 이를 시장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실행이 뒷받침됐다. 즉 상업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역량을 모아 처음 마주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자의 학창 시절 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인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은 미국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공부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러한 영향으로 필자도 학생 때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지만 각자 분담한 문제를 풀고 복사해 나누는 방식이었다. 효율적이었지만 토론은 부족했다. 반면 미국 유학 시절 경험한 스터디 그룹은 달랐다. 모두가 모여 처음부터 함께 문제를 풀어갔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해법이 그 과정에서 나왔다. 한국식이 ‘효율’을 중시했다면 미국식은 ‘협력’을 중시했다고 할 수 있다.

직장 문화도 차이가 있었다. 박사 학위 취득 후 입사한 인텔에는 5~6명이 모일 수 있는 작은 회의실이 많았다. 사소한 문제라도 곧바로 모여 토론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였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하면 혼자서는 생각지 못한 해결책이 나왔다. 특히 어려운 문제일수록 협력의 힘은 더 크게 발휘됐다.

퍼스트 무버를 키우려면 함께 문제를 풀고 답을 찾아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는 혼자서도 풀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없는 새로운 해답은 여러 사람이 모여 토론할 때 나온다. 따라서 앞으로의 교육은 창의성을 키우는 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관점이 모이고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과정을 교육 속에서 체득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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